김기덕 감독은 7일 종로 스폰지 하우스(구 씨네 코아)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 나서 "이 영화의 국내 개봉은 영화가 판매된 해외 30개국 중 한 나라에서 개봉되는 것일 뿐"이라며 "'시간'을 개봉하지 않을 것이라 마음 먹었다. 결정하면 되돌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결코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감독의 열세번째 영화'시간'은 국내 개봉을 하지않고 곧장 해외로 나가려 했으나 저예산 작품영화에 대해 꾸준히 후원해온 수입 배급사 스폰지 사가 김감독의 작품을 사들여 국내에 역수입된 과정을 거쳤다.

김감독이 이날 시사회에 나온 것도 놀랍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반응이었으나 자리에 앉아 질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그는 불만이 담긴듯 시종일관 단답식 대답으로 일관했다.

영화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 질문에는 "12시에 시작해 12시에 끝나는 영화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간'이란 단촐한 제목을 붙인 이유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제목"이라고 반박했고 "언론과의 거리두기는 이미지 복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보는 분이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가장 긴 대답은 '연일 흥행 신기록을 내고 있는 '괴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김감독은 "어제부터 내내 생각했던 것인데, 가장 무서운 질문이 이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가장 피흘리는 감독으로서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그런 김 감독이 사자후 처럼 이야기를 쏟아낸 것은 '왜 대답 안하시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 직후 부터였다.

김 감독은 마무리 발언을 겸해 일순간 안에 담고 있던 그간의 소회를 격졍적으로 토해냈다. "내가 선글라스를 끼고 자리에 나온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그만큼 이자리에 계신 분들에게 이런 말하는 것이 떳떳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감독은 "앞으로 부산국제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국내 어떤 영화제에도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했다. 스스로 영화를 만드는 데 장애물을 만들고 있다는 말도 덧붙이며 "앞으로 이런 결정에 대해 스스로 자문자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결정과 심경을 밝히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제가 만든 작품들에 대해 (환경과)별로 그리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작년 활, 그전에 빈집, 개봉했을때부터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영화 제작과 배급 마케팅시스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져온 김감독은 이 모든 것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국내 개봉이 아닌 해외 직 개봉방식을 확고히 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

김 감독은 "앞으로 국내 개봉을 안하는데 배우들이 내가 하는 영화에 출연하려고 할까?'하는 고민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한국 배우들과 일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한편으로는 염려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감독은 자신의 이러한 이야기들이 무례하게 들리거나 불만,협박처럼 들리거나 하소연 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했다.

"마치 이자리가 김기덕의 제사같은 느낌이 든다"고 피력한 김감독은 "미국에서 봄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30만정도 든 것처럼 또 다른 내 영화들이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15만~20만 정도 든 것처럼 한국에서도 개인적으로는 20만 정도 관객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내비쳤다.

물론 전적으로 '시간'이 수입된 한 나라의 관객으로서 말이다. 24일 천신만고 끝에 국내 개봉하는 '시간'은 김감독의 13번째 작품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애정이 식어가는 두남녀의 사랑에 대한 집착이 성형으로 변질되면서 종내 파국을 맞는 과정을 그렸다.<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