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이 지난 6월말 1억2000만원의 혈세를 주고 구입한 고압산소기(일명 챔버)가 결국 중고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의료기기수입업체인 Y메디칼이 고의로 이미 사용했던 중고품 챔버를 신품으로 둔갑시켜 납품한 혐의로 업체 대표를 구속했지만 아직까지도 씁쓸한 기분이 남아있어 영 개운치 않은 심정이다.

이번 사기극이 결국 업체 대표의 구속으로 마무리될 경우, 정작 ‘눈 뜨고 당한’ 제주의료원이나 도보건당국은 별다른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고품 의혹이 처음 제기된 순간부터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제주의료원과 도보건당국이 보여준 태도들은 한심하다는 생각을 넘어 두렵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제주의료원이나, 도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도보건당국 모두 챔버의 중고품 여부에만 신경을 쓸 뿐, 정작 챔버를 이용해 잠수병 치료를 받아야 하는 해녀와 다이버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제주의료원은 챔버 중고품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챔버의 안정성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잠수병 치료를 계속해오다가, 중고품 의혹에 대한 본보의 취재가 이뤄지자 그때서야 사용을 중단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챔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챔버의 사용여부는 ‘의사’가 판단할 문제이며, 의료사고가 발생한 지 않는 한 개입할 수 없다는 도보건당국의 확고한 방침(?)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제2의 의혹, 제3의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제주의료원과 도보건당국이 또다시 이번 같이 사람 목숨을 갖고 배짱(?)을 부릴지 두렵고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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