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첫방송 '무적의 낙하산 요원', 17일 촬영 돌입

 

   
 
   
 

첫방송을 불과 20일 남겨두고 촬영을 시작하는 '아찔한' 드라마 제작 현실이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

에릭의 출연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선미·김기호 극본, 이용석 연출)'이 첫방송을 20일 앞둔, 17일 오전 첫 촬영에 나섰다. 방영 일을 맞추기 위해서 드라마가 끝나는 10월 말까지 '밤샘 촬영'이 이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무적의…'가 방영이 임박해 촬영에 돌입한 이유는 배우 캐스팅 때문.

주인공 에릭은 드라마 '스위트 가이'와의 출연을 고심하다 지난 16일 '무적의…'로 출연작을 결정했다. 앞서 '스위트 가이'를 선택했지만 제작사와 방영 시기를 늦추기로 합의한 후 내린 결정이다.

드라마 제작이 급하게 이뤄지는 것은 배우 캐스팅에서 겪는 어려움이 주된 이유다. 제작 관계자들에게서 나오는 '배우 캐스팅이 협찬이나 방송사 결정보다 힘들다'는 볼멘 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방송이 임박해 촬영을 시작한 드라마가 '무적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16부작으로 구성되는 미니시리즈의 경우 평균 방영 시작 2~3주 앞두고 촬영에 들어간다. 그것도 '양호한' 편에 해당하고, 이 보다 더한 일도 많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무적의…'가 특별한 사례는 될 수 없다"고 했다. 드라마 제작에서 '무적의…'와 같은 경우는 비일비재 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세트와 의상에서 준비할 게 많은 사극이나 해외로케가 있는 드라마는 몇 달 전부터 촬영을 시작하지만 미니시리즈는 대개 방영을 며칠 앞두고 촬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수목극 '돌아와요 순애씨'도 비슷하다. 첫방송은 7월 12일이었지만 촬영은 방영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시작했다. 당연히 강행군이 이어졌고 최근 심혜진이 밤샘 촬영에 지쳐 실신해 응급실로 후송된 데 이어 박진희도 과로로 병원 신세를 졌다.

일선 PD "신의 손으로 편집했다"고 고백

빡빡한 촬영 일정은 결국 제작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진다. 마지막회를 2시간 앞두고 촬영이 끝나 화제를 모은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방송 시작 몇 초 전 테이프가 넘겨지기도 한다.

지난해 MBC에서 방영한 '신입사원'의 경우 시청률 30%를 웃도는 흥행에도 불구하고 연출 PD가 종영 뒤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방송 테이프를 늦게 넘겼다는 이유다.

당시 이 PD는 사내게시판을 통해 "보통 일주일에 6일을 촬영했는데 토요일 정도만 밤 12시에 끝났다"면서 "일주일 중 하루만 4~6시간 잠을 잤을 뿐 나머지 날은 촬영장소를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는 것으로 버텨야 했다"고 고백했다.

또 "촬영이 늦어지면 방송을 앞둔 편집실은 초비상 상태가 돼 시계를 계속 들여다보며 떨리는 가슴으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거의 신의 손으로 편집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열악한 제작 여건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분, 초를 다투는 촬영은 결국 드라마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여유를 갖고 내용을 모니터하거나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일 시간이 없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전 제작제'가 도입됐지만 그 역시 신통치 않다. 완성된 드라마를 사려는 방송사가 선뜻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부작으로 사전 제작된 모 드라마의 경우 방송사를 찾지 못하다, 배우들의 교통사고로 방영이 중단된 한 드라마를 대신해 그 자리에 급히 편성됐다. 방송사와의 사전 협의 없이 외주제작사가 만든 드라마가 방송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는 사례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방영이 원활하지 않지만 그래도 드라마의 질을 높이려면 사전 제작제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한류 드라마, 대형 드라마들이 계속 만들어지길 원한다면 사전 제작제의 안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