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한 아내가 감귤이 먹고 싶다고 했다. 대형할인마트에서 하우스감귤을 구입하여 맛을 보았다. 싱겁기만 하고, 꼭지는 누렇게 죽어있었다. 다시 사먹고 싶은 마음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덜 익은 감귤을 농가에서 사 들여 강제 착색하여 출하한 것이다.
 
  금년엔 장마가 평년보다 오래 지속된 데다가 폭우의 피해로 감귤 이외의 과일시장이 공급이 딸리는 모양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니까 가격이 오르고 상인들은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이때다 싶어 덜익은 하우스감귤을 농민으로부터 매입하여 강제착색을 시킨 후 시장에 출하하고 있는 것 같다. FTA 체결 시 감귤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볼 게 확실한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만을 달성하기 위하여 덜익은 감귤을 강제 착색하여 출하하는 것은 감귤의 품질을 떨어뜨려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악덕행위이다. 노지감귤을 재배하는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품질이 떨어진 감귤이 시장에 나가면 궁극적으론 제주 도민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여 남이야 죽든 말든 편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웃나라만 해도 고지식할 정도로 기본을 잘 지킨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매년 법과 원칙을 잘 이행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자괴감마저 든다.

 품질이 떨어지면 소비가 감소하고, 수요가 적어지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이다. 품질향상만이 제주감귤이 살 길인 것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주의의 행위는 손해를 보도록 하고, 원칙과 규정을 준수하는 정직한 사람은 이득을 보게 해야 이러한 불법행위를 근원적으로 근절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와는 정반대의 현실이 제주감귤의 경쟁력을 갈수록 추락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생산자단체와 행정당국 등이 지혜를 모아 이러한 불법유통행위가 불이익이 되도록 제도와 환경을 개선하고, 대형할인마트나 농산물 유통시장에서도 강제 착색한 감귤을 생산자나 해당상인에게 반려하는 제도를 강력히 실천에 옮겨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FTA에 대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바싹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김상호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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