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의장단선거를 둘러싼 제주시의회 파행국면의 주요인은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전반기와는 달리 3선과 재선의원은 물론 초선의원들도 상임위원장에 입질(?)하는 분위기로 인한 양쪽 대결구도가 전개된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선거구도는 현 강영철의장을 중심으로 한 한축과 홍석빈·이봉만부의장쪽으로 압축돼 불과 10일전까지도 강의장쪽이 재선·3선의원 주축의 9명을 확보,1명을 앞서 나갔다.

 그렇다고 홍의원등 쪽도 8명의 세를 규합,어느 누구도 선거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양쪽 대결구도로 치달았다.

 1명을 뺏기느냐 아니면 굳히느냐에 따라 판세는 판가름날 것이란 예측도 가능하게 했다.

 결국 선거일인 30일 바로 전날 홍전의장측이 의장이란 수장직에 모두 마음을 비우고 강의장쪽 한명을 영입하는데 성공함에 따라 의회 파행국면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강의장쪽은 “개인 욕심을 위해 어떻게 신의를 저버릴 수 있느냐”는 노골적 불만과 함께 심지어 “강의장쪽 의원을 영입하는 과정에 감금 또는 모종의 거래가 이뤄졌을지도 모른다”며 정회를 요구,임시회 마지막날인 이날 사상 초유의 자동 산회로까지 가는 형국을 보였다.

 반면 홍전의장쪽 주장도 그리 만만찮다. “선거는 어차피 자리싸움으로 한명의 의원을 추가 영입했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다”며 “자신쪽이 열세로 돌아서자 정회하고 자동 산회사태로까지 몰고가는 것은 의회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양쪽 입장은 30일 현재 합의나 의견조율등도 어려운 상태여서 후반기 원구성을 시발로 향후 의회활동에 걷잡을 수 없는 갈등구도도 형성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시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정활동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밥그릇 싸움이 웬말이냐”며 “원만한 해결을 통한 성숙한 민의의 전당 주인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강의장쪽은 과반수인 9명을 확보한 상대쪽의 기습선거를 막자며 밤늦게까지 의회를 떠나지 못해 전전긍긍했고 자장면까지 시켜먹으며 서로 상대방 견제에 나서는 꼴불견을 보이기도 했다.<이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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