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사고, '스위트가이' 미룬 뒤 '무적의 낙하산 요원' 출연하는 에릭

 

   
 
   
 
지난 30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 드라마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 처음 소개되는 제작발표회 자리. 다른 배우들이 열심히 드라마와 역할을 소개하기 바빴지만 에릭(본명 문정혁)은 20여초 침묵을 지켰다. "인생에 3번의 기회가 온다는데 몇 번의 기회를 맞은 것 같냐"는 질문을 받은 후다.

한참 뒤에 입을 연 에릭은 "이야기가 긴데 해도 되나요?"라고 물은 뒤에야 말을 시작했다.

"제 인생이 '운빨'이에요"라고 입을 연 그는 유년기와 미국에서 보낸 청소년기, 가수 데뷔와 연기자로 활동하는 경험을 두루 꺼내며 '인생의 기회'를 펼쳐보였다. 그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고 인기스타 에릭이 아닌, 인간 에릭을 엿보이게도 했다.

첫 번째 기회, 중학교 1학년 "하나님은 내 편이구나"

에릭은 중학교 1학년때 첫 번째 기회를 맞았다.

"초등학교 6학년때 우리팀은 축구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잘 했어요. 하루는 옆 중학교 형들과 경기를 했고 제가 골기퍼였는데 한 골을 먹고서 너무 화가 나 중학생 형을 발로 차버렸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때는 진짜 심각했어요."

이 사건 뒤 중학생에게 '찍혔다'는 에릭은 불행히도 바로 이 중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를 찾으러 선배들이 점심시간마다 에릭의 반에 찾아왔고 '악몽같은 시간'이 계속됐다고 한다.

"갑자기 부모님이 이민을 간다는 거예요. 하나님은 내 편이구나 싶었죠. 이민까지는 3달이 남았었는데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핑계로 학교를 관뒀어요. 그 틈에 수영장을 다녔는데 아줌마들이 학교에 안가고 수영하니 '국가대표 나갈거냐'고 묻더라구요."

두 번째 기회, 경찰서에서 구해준 SM계약서

두 번째 기회는 가수 데뷔를 위해 고국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 찾아왔다. 그룹 신화 멤버로 확정돼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한국으로 오기 전날, 에릭은 미국의 친구들과 송별회를 가졌다. 너무 '진한' 송별회였을까, 그만 시비 끝에 경찰서에 연행되고 말았다.

"미국은 에누리라는 게 없어요. 이미 별이 하나 있던 상황이라 또 하나의 별을 달면 유치장에 갇힐 상황이었죠. 한국도, 가수도 할 수 없을 위기였는데 그 때 경찰에게 SM엔터테인먼트 계약서를 보여줬어요. 계약을 위반하면 많은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내용을 본 경찰이 '한국에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며 풀어주더라구요. 의외였죠."

'봐주는 것 없는' 미국 경찰서에서 유치장행이 불가피했던 에릭이 '구사일생' 풀려나 한국으로 온 것이다.

세 번째 기회, 1집의 실패 뒤 얻은 2집의 성공

세 번째 기회는 1999년 발표한 2집 '트윙킹 오브 파라다이스(Twinkling Of Paradise)'로 맞았다. 데뷔앨범 '해결사'로 크게 주목받지 못해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완성한 음반이란다.

"1집을 내놓았는데 IMF가 닥쳤고 물놀이 가자고 외쳤던 '으쌰으쌰'를 부르니 물난리가 났어요. 운이 없다고 생각했죠. '이게 마지막이다 안되면 미국으로 돌아가자'고 마음 먹고 2집을 만들었는데 그 때 잘 됐어요. 감사했죠 뭐."

처음 질문은 '인생의 3번 기회'를 물었지만 에릭은 "지금까지 5~6번의 기회가 온 것 같아요"라고 했다. 원하는 대학교에서 입학허가를 받고도 고등학교 졸업을 못할 상황에 직면했다 어렵게 모면한 것, "그룹 안에서 나태해지는 것 같아 두려웠다"던 때 만난 드라마 '불새'와 '신입사원'도 에릭에게는 인생의 기회였다.

'신입사원2 : 무적의 낙하산 요원'에서 자신감 넘치는 열혈청년 최강으로

'간단히' 묻고 '짧게' 답하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형식을 과감히 깨며 10여분에 걸쳐 경험담을 풀어낸 에릭은 "'무적의 낙하산 요원'에 출연하게 된 것도 또 하나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가수 에릭에서 연기자 문정혁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드라마 '신입사원'의 후속편인 SBS 수목극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선미 극본, 이용석 연출)'은 전편에 이어 에릭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화제와 논란을 함께 모았다.

특히 올초 교통사고로 출연 중이던 '늑대'의 방영이 중단된 뒤 에릭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이어 '스위트 가이' 출연이 알려졌지만 '무적의 낙하산 요원'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이중계약'이란 말도 나왔고, '배우의 횡포'라는 질타도 받았다.

이에 대해 에릭은 "예전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책임감을 느껴요"라고 했다. '스위트가이' 출연 계약은 하지 않았고, 제작사와 합의해 방영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속앓이가 컸는지 호된 감기몸살을 앓고 있는 에릭이 우여곡절 끝에 시작하는 '무적의 낙하산 요원'으로 또 한 번의 '인생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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