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경제선진국을 향한 하나의 도전이며, 도전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없다고 했다.

지금 우리농업과 농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한·미 FTA 협상이 중반전에 돌입했다. 1단계 탐색협상에 이어 2단계 힘겨루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3단계부터 구체적인 실질협상에 들어갈 채비를 하는 것 같다.

FTA가 교역 가능한 분야의 90% 이상을 개방하는 높은 수준의 협상임을 감안하면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농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애초 중국과의 FTA 추진이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유리한 것으로 분석해 놓고도 우선순위를 갑자기 미국으로 바꾼 것은 미국의 눈치를 본 외교 안보적 고려였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정부가 누누이 강조했던 경제적 목적만은 아니었던 것이라 본다.

이번 미국과의 FTA체결이 한국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쌀의 경우 미국산(칼로스) 쌀의 국내도착 가격은 80㎏ 한가마당 4만원 내외로 국내산의 3분의1에도 못 미치친다. 과일의 경우 제주의 쌀인 감귤은 오렌지 관세가(고성보 제주대 교수에 의함) 5년에 걸쳐 매년 10%씩 감축되면 10년간 조수입 피해액이 무려 1조6878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래서 한·미 FTA 추진은 농업회생이 전제돼야 하며, 준비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는 농업과 농업인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격이다. 농민은 세상물정 모르고 떼쓰기 좋아하는 집단으로 치부되기 일쑤니 농민의 선택은 극한의 길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대외무역에 농업이 방해가 된다는 압력에 외롭게 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농업 인구가 전체인구의 10% 미만이고 식량자급률이 30%도 안 되는 이 나라 현실에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표현은 풍물패 깃발에서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구시대의 화석이 돼버렸으나 식물을 생산하는 일은 어느 시대 상황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인류의 정의(正義)이다.

또한 아직도 농업은 200만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우리사회의 안전판이며, 관련 사업까지 합치면 전체 취업인구의 17%를 책임지고 있다. 물이 인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70%가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 한·미 FTA 진행에 있어 몇가지 문제점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국민 공감대 형성이 소홀하고 2)투명성 부족과 일방추진등에 불만이고 3)불리할 때 ‘협상포기’가 전제돼야 하고 4)쌀·쇠고기·중요 과실(감귤포함) 등이 협상에서 꼭 제외돼야 하고 5)특별지원 소득보전책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119조원 투융자 대책은 한·미 FTA에 따른 농업분야의 추가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마련된 과거형 대책이다. 6)전업이 가능하게 교육·보상도 필요하고 7)무엇보다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한·미 FTA를 등 뒤에서 보고만 있는 의원님들 (특히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의원)이 문제다.

한·미 FTA 협상을 이끌고 있는 김종훈 수석대표가 앞으로 협상에 감귤을 관세철폐 제외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힌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희망사항일뿐 아직은 속단하기 어려운 일이며, 우리측 양허안 관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감귤은 쌀과 같은 제주의 생명산업이란 중대성을 깊이 인식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는데 온 역량을 기울여 줄 것을 바란다. 우리보다도 경제규모가 수십배에 달하고 생산·유통·소비 구조가 선진대국인 미국과의 1대1 대결에 일당백으로 도전하고 협상 난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특히 취약한 농업부문에 협상당국이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랄뿐이다.<김두전 / 농업인·제주시 삼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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