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까지 음반시장 '밀리언 시대' 흐름 실종, 디지털 시장에 발빠른 적응 미흡 원인

   
 
   
 
영화 ‘괴물’이 흥행 최고 기록을 갱신한 가운데, “해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영화 대박 시대를 바라보는 마음이 참담하다”며 “음반 시장은 지금 바닥을 꺼지다못해 지하로 뚫고 내려가는 중”이라는 대중음악계의 한숨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9월 2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 : 개그맨 노정렬, 낮 12시5분~1시30분)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들어 한국 영화 대박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 시기에 접어들어 음반 대박은 도리어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200만장 이상의 밀리언셀러 음반들이 나왔고, 왠만한 음반들이 10만장을 기록했지만, 이제는 이런 음반은 찾아볼 수 없다”며 “끝모르는 침체와 불황에 빠져든 음반 시장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 대박 이야기를 보며 같은 대중문화 종사자로서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음반 대박이 사라지고, 음반 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져든 이유는, 바로 초고속 인터넷을 통한 무료 음원 유통 때문”이라며 “우리나라가 2000년대 들어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온라인 무료 음원이 빠르게 유행했지만, 온라인 음원 유료화 속도는 너무 느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디지털 온라인 음원 유료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5년이 걸렸고, 작년에서야 유료화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착하기 시작했다”며 “그 사이 급속히 침체돼 이전의 1/10로 줄어들어버린 음반 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만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화의 경우, 온라인에서 무료 유통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는 했지만, 길이가 워낙 긴 동영상이기 때문에, 음악만큼 활발한 온라인 불법 무료 유통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결국 영화와 음악의 음원 길이와 용량 차이가, 영화 시장과 음반 시장의 희비를 낳고 만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영화의 경우, 영화가 인터넷에서 무료 불법 유통되지 못하도록 적절히 대응한 것도 주효했다”며 “해외 영화의 경우, 국내 영화에 비해 여전히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보는 이들이 많아, 영화 흥행이 한국 영화쪽으로 쏠리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렇다고 국내 음반 시장 불황의 탓을 인터넷으로만 돌리기에는 가요계와 방송사의 문제도 적지 않다”며 “우리나라 가요 시장에 우수한 음악성과 대중성을 갖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많지만, 방송에서 소개하는 음악은 너무 치우치고 한정돼 있어, 가요 음반 시장 확장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언론사의 ‘편식’에 부응하려는 일부 가수들이 섹시 컨셉과 노출 등 노래 외적인 것으로 어필하려 들면서, 가요 음반 자체에 대한 대중의 순수한 음악적 기대를 꺾어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일단 온라인 디지털 음원 유료화 문제가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중소 공연장 문화 지원이 절실하다”며 “현장에서 음악에 취하고 감동을 나누는 체험이 많아져야 음반 판매도 많아지는데, 우리나라에 중소 공연장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라디오 중심 음악 프로그램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영국은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비주류 음악 쿼터까지 제도화하고 있어, 음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고 설명했다.

그리고 “‘씨네 21’, ‘필름 2.0’과 같은 저널이 영화산업에 미친 영향을 생각할 때, 우리 가요계에도 그와 같은 음악 저널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음악에 대한 대중잡지를 찾아볼 수 없는 점도 참 이상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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