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겉과 속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겉은 드러나 보이지만은 속은 쉽사리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 속이 어떤가는 오로지 그 사람의 의사표시 또는 행동을 통해서만 그 탐지가 가능한 일이다.하지만 염라대왕만큼은 감추고 있는 그 속내마저도 그야말로 속속들이 들여다 본다.불가에서 전하는 유머 한토막을 옮겨보자.

 수도승의 맞은편 집에 천하절색의 창녀가 살고 있었다.방을 마주하고 있는 수도승과 그 창녀는 때때로 얼굴이 마주치곤 했다.기연이 있어서인가 둘은 한날 한시에 염라대왕의 부름을 받았다.대왕이 저승사자를 불러 앉혔다.수도승은 지옥으로,몸을 파는 창녀는 극락세계로 안내하라고 명했다.저승사자가 명령을 잘못 받은 것이 아닌가 귀를 의심했다.그러나 대왕의 명령은 같은 것이었다.사연이 궁금해진 저승사자가 까닭을 물었다.대왕이 말하기를 “수도승은 비록 고명한 불자이기는 했으나 때때로 창녀를 바라보며 음란한 마음을 가졌었다.하지만 창녀는 비록 천한 신분이기는 해도 언제나 맞은편의 고승을 바라보며 자신의 음란함을 씻고자 했다... ”

 시쳇말로 마음 속의 간음도 간음이니 속마음 부터 다스리라는 불가의 가르침에 다름아닐터.그것은 비단 불가의 계율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사바의 인간세계에서도 비슷한 율(律)은 있다.이를테면 범죄를 다스림에 있어 행위의 결과를 중시하기에 앞서 범의(犯意), 다시말해 범죄의사가 있었느냐의 여부를 크게 따짐이 그것이다.수도승처럼 행위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더라도,창녀를 범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면 곧 범죄가 성립된다는 주장이다.이른바 행위의 객관성보다는 의사(意思)의 주관성을 고집하는 범죄론으로,진열장의 미녀 마네킹을 보고서라도 음란한 마음을 가졌다면 그것은 범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음란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던 영화 '거짓말'에 대해,검찰이 '음란물이 아니'라는 결정이 내려졌다.입건여부에서부터 논란이 일었던 만큼이나 결정에 대해서도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당연한 결정이라는 논리에서부터,그것이 음란물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 음란물이냐는 등등이 그것이다.

 겉과 속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수 없으니 결정의 이면을 염라대왕에게라도 물어 봐야 할 것인가.꼭집어 말하기는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염라대왕에게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그래서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고홍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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