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에 대해 도의회는 여전히 공식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다. 주요 현안마다 여론의 눈치만 살피기 일쑤다. 왜 그럴까. 지나치게 표의 득실만 따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건너 불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는 해군기지와 관련한 긴급보고회를 가졌다. 또 엊그제는 도지사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도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해군기지와 관련한 밀약설과 은폐설, 공군기지와의 연계설 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그러나 이렇게 집행부를 다그치는 것만으로 소임을 다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런 보고회는 백날 해봐야 도정에 변명의 기회만 줄 뿐이다. 무엇보다 도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정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도의회는 아직도 태스크포스팀 참여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의원들 간의 찬반논란도 하나로 조율치 못하고 있다. 나서지 않아도 될 일에는 체통없이 잘도 끼어들면서, 정작 앞장서야될 일에는 서로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서도 도정을 탓하고 나무랄수 있겠는가. 자치행정에 잘못이 있다면 그 절반의 책임은 도의회에도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수레의 두바퀴처럼 집행기관과 의회의 양대축으로 움직인다. 나름대로 역할과 권능이 분담돼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도의회의 본령은 감시와 견제, 그리고 중재와 조정에 있다.

따라서 도의회는 집행부의 뒷북만 쳐서는 안된다. 이제는 해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마치 남의 일인양 언제까지 도정만 추궁하고 있을 것인가. 집행부에 맞먹는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물론 민감한 현안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는 것은 곤혹스런 일이다. 의원 개개인이 동상이몽이어서 더욱 그렇다. 해군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도정도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하물며 각양각색의 도의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도의원들을 만나보면 저마다 다른 주장을 편다. 지역구에 따라, 성향에 따라, 또 나이에 따라 해군기지를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이다. 도의회가 일치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면피 사유’가 되지 못한다. 도의원은 개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민의 대표자이며 의결기관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지역현안에 대해 소신을 분명히 밝힐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도민의 대변자라고 할수 있겠는가.

도의회가 가장 뜨거운 지역현안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는 것은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는 처사이다. 직무유기의 전형이다. 아무리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이라 해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도의회는 이제라도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도정의 들러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예민하고 첨예한 사안일수록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조율해나가야 한다. 도정을 리드하지는 못할지언정 쫓아만 다녀서는 안된다.

이제 도의회는 과거와는 위상과 권능이 크게 달라졌다. 매달마다 꼬박꼬박 고액의 봉급이 나오고, 또 정책자문위원단도 생겼다. 뿐만아니라 감사위원장을 보이콧 할만큼 파워도 막강해졌다. 그런만큼 도의회는‘이름값’을 제대로 해야 한다. <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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