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섬과 주변 조간대는 바닷물과 담수가 교차하고 숭어·파래 등 먹이가 많아 철새들이 자주 찾아온다.


◈조천읍 남생이못(신촌리)
◈대섬·대섬바당(신촌리·조천리)

 비가 갠 뒤 남생이못은 푸릇푸릇 갖가지 녹색의 변주로 연출됐다.다양한 종류의 수생식물과 그들의 생체리듬,그만큼 고유한 잎사귀색이 빚은 녹음의 향연은 무척 싱그럽고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남생이못은 서원동과 서상동 경계지경에 있는 자연못이다.면적은 2000㎡가량되며 못을 가로질러 농로가 개설되고 확장되는 바람에 둘로 나뉘게 됐다.

 신촌리는 지난 97년 북제주군에서 500만원을 지원받아 남생이못에 대한 정비사업을 했다.이 과정에서 못 바닥을 긁어내는 바람에 부들군락이 훼손되고 생태계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청개구리 등 그 흔하던 토종개구리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신촌리 신용태씨(65)는 “옛날에는 이 일대를 지날때면 한꺼번에 개구리가 10여마리 이상 뛰어 올랐는데 최근에는 1∼2마리조차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의 경우처럼 황소개구리 때문에 토종개구리가 사라진 것일까.아니다.가장 큰 원인은 무분별한 농약사용 때문이다.

 개구리는 먹이사슬의 중간단계이기 때문에 개구리가 사라지면 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뱀이나 새들의 생존이 위협받거나 해충의 이상증식이 일어나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만다.

 현재 남생이못 주변에는 모시풀을 비롯 소리쟁이·미나리·피막이·수련·괭이밥·붕어마름·쑥·개망초·물달개비·부들·갈대·개기장·네가래·세모고랭이 등이 서식한다.

 대섬(竹島)은 원래 육지와 10m가량 떨어진 섬이다.그러나 지금은 도로가 개설돼 섬이란 표현이 좀 어설프다.

 또 섬 이름에서 보듯 옛날에는 대나무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나 지금은 대나무를 찾아볼수 없다.

 밀물때면 대섬 안쪽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고 수심이 낮은 암초지대에는 파래가 많아 쇠백로·홍머리오리 등이 찾아온다.

 또 남동쪽 도로변에는 ‘괸물’이란 용천수와 공덕비가 있다.관리가 허술하고 오랫동안 풍파에 시달린 탓인지 비문의 내용은 알기 어려운 상태다.

 대섬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신촌리의 돌코지성창·동카름원 등이 있고 오른쪽은 대섬바당이다.

 조천리는 바다밭이 네군데다.조천리 상동 사람들이 누대로 가꿔온 대섬바당을 비롯 새배바당(중동)·개낭개바당(중상동)·남당머리바당(하동)으로 분류된다.

 대섬바당의 중심은 우미솟개다.‘개’는 ‘원’이라고도 하며 돌담으로 둘러막아 놓고 밀물 때 들어온 고기를 썰물 때 가둬놓고 잡는 어로시설물이다.다시말해 돌그물인 셈.대개 ‘개’나 ‘원’은 인공적으로 축조된 것이다.자연 그대로인 것은 흔히 ‘통’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미솟개의 ‘우미’는 ‘우뭇가사리’를 말한다.즉 우뭇가사리가 많이 자라는 소(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미솟개는 폭 3m·높이 1m,길이가 68m가량되며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돌코지성창은 신촌리 동동에 자리잡고 있다.큰코지와 족은코지에 의지해 포구가 축조된 것이다.그러나 높새바람이나 하늬바람 정면에 노출돼 있는데다 썰물때면 바닥을 드러내 배의 드나듦이 여의치 못하다.

 동동에 사는 한장만 할머니(80)는 지금도 물질을 한다.그는 “이곳에는 없는 게 없다.대섬쪽으로는 숭어·볼락·자리돔이 많이 잡히며 동카름원에 멜(멸치)이 들면 갈치까지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가 예를 든 보말 종류만도 가지가지.가마귀보말·먹보말·수드리보말·코토데기·왼보말·돌보말….그러나 수질은 예전만 못하다.그는 “북군청에서 바당검사를 안해준다”고 불만이다.“살아있을 동안 예전처럼 깅이(게)도 잡고 소라·전복도 따야 먹고살 게 아닌가.바닷물이 더러우면 그것들도 숨을 못쉰다”며 수질악화에 따른 어장의 황폐화를 경계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결과, 대섬에는 해송·우묵사스레피나무·꾸지뽕나무·모시풀·왕모시풀·마디풀·소리쟁이·나문재·명아주·번행초·미나리아재비·개구리자리·갈퀴꼭두서니·계요등·짚신나물·돌가시나무·찔레·자귀나무·사철나무·멀구슬나무·보리밥나무·순비기나무·갯질경이·갯쑥부쟁이·갈대·갯잔디·갯겨이삭·바랭이·띠·강아지풀·억새·수크렁·부들·애기부들·천일사초 등이 서식한다.

 또 갯고동과 방게가 조간대에 서식하며 백로·재갈매기·왜가리·알락오리·흰뺨검둥오리·홍머리오리·논병아리 등의 조류가 찾아온다.

 최근에는 새를 둘러싸고 이 지역 농민과 환경단체의 갈등이 불거졌다.대섬주변에 있는 유채밭·보리밭 등 농작물 피해를 보고있는 일부 농민들은 농약을 이용해 새들을 쫓고 있다.

 이에대한 당국의 대응은 방관과 무관심이다.농민에게 피해를 보상하는 것도 한 방법일 터인데….수질이 악화되고 생태환경이 바뀌게 되면 새들은 결국 떠나고 말 것이다.새들이 떠난 세상은 상상만 해도 너무 삭막하다.<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김대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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