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도 도쿄도는 동경만 동쪽 넓은 해안을 매립해 거대한 두 개의 동서 전시동을 연결해 지어놓았다.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동쪽 전시동에서 도쿄 2006 여행박람회가 열렸는데 22일 첫날은 업계·언론계 관계자만 입장이 허용됐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국가는 120여 국가로 5대양 6대주에서 몰려와 크고 작은 부스를 마련하고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 부스의 수가 250여개였다. 장내는 관광전쟁을 방불케 하는 열기가 감돌았다. 나는 진종일 넓은 전시장을 수없이 돌면서 각국의 부스를 기웃거리며 그들의 문화를 피부로 느껴보기도 하고 말을 걸어보면서 각종 홍보물과 자료를 수집하고 다녔다.

전시장을 돌다가 네팔정보 관광국 부스앞에서 발을 멈췄다. 에베레스트 사진을 배경으로 자그마한 체구의 네팔 미녀들이 민속의상을 입고 일본말로 열심히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부스위에 가로 설치된 간판에는 이렇게 영어로 써있었다. ‘Nepal, Naturally Once is not enough!’ 해석하면 ‘네팔을 한번 다녀가서는 성에 차지 않을 것입니다. 원초적 자연이 그대로 있으니까 다시 찾아주세요’라는 뜻이 담겨있다. 훌륭한 카피라이터의 솜씨 같다. 네팔같은 나라가 그러한데 우리는 감동적인 캐치프레이즈 하나 없으니 이상한 일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미크로네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중부 유럽의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과 실크로드로 유명한 중앙아시아쪽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이 참가한 것을 보면서 관광산업이야말로 미래가 있는 양양한 블루오션이라고 확신했다.

왜 도쿄박람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을까. 그것은 머지않아 2000만명에 달하는 일본인 해외여행자를 유치하려는 참가국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는 큰 마당이기 때문이다.

이름이 여행박람회지 무역박람회, 투자유치설명회, 각종 정보 교환, 세미나를 통한 각종 여행지식의 습득, 장내 상설무대에서의 예술문화공연 등으로 국가의 브랜드 창조, 각국의 호텔·공원·학교 선전, 크루즈관광에 대한 상담, 각국의 대표 여행사와의 유대강화 상담, 세계적 수준의 광고홍보물 수집으로 홍보물 제작개선 자료 입수 등 관광산업의 문제를 제시하고 토론하고 협의하는 집합체의 구실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모름지기 관광사업을 하는 사람은 물론 관계 공무원, 언론인, 운송사업자, 식·숙업 사업자, 관광을 연구하는 학계의 재공들은 관광의 세계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1년에 한두번 이와같은 세계적 규모의 전시회에 참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 부스에는 ‘제주특별자치도’라고 쓰여있고, 긴 붉은 바탕은 빈칸으로 남아 있어서 아쉬웠다. 준비 소홀이고 경중을 가리지 못하는 무감각의 소치다. 비싼 여백을 왜 남겨두는가. 제주특별자치도는 우리나라의 행정체계의 한축일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국제용이 아니라 국내용일 뿐이다.

급한대로 그 여백에다 ‘제주도 불로장생의 섬, 마시면 장수하는 생수와 청정한 공기를 마시러 와보세요’ 정도라도 적어놓았으면 촌티는 면했을 것을.

2005년 일본인 해외여행자 수는 1740만명이다. 2007년까지는 해외여행자수를 2000만명으로 끌어올리려고 여행업계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치열하게 홍보하고 있었다. 반면 방일 외국인 관광객수는 2005년 672만7926명으로 전년대비 9.7%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국적은 한국인이 174만7171명으로 점유율 26% 신장률 10%로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다음으로 대만 127만명, 미국 82만명, 중국 65만명, 홍콩 29만명, 영국 22만명, 호주 20만명 순인데, 네덜란드가 3만여명으로 20위권에 들어있었다.

JATA(일본여행업협회)는 세계여행박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매년 9월 여행박람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박림회 기간에도 2007 여행박람회 참가신청을 받고 있었다. 관계기관과 관련분야의 인사들은 시간이 충분하니까 철저한 준비를 해서 2007 여행박람회에 대비해야 한다. 유럽쪽이나 미주쪽에도 많은 예산을 써가면서 홍보를 하고  있는줄 알고 있는데 얻은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봐야 한다. 도쿄는 두시간 비행거리에 있다. 경비도 비교적 적게 들 것이고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데 가장 편리한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도정의 선도 프로젝트가 ‘관광입도’아닌가. 이웃에 2000만명의 거대한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김인규/전 제주도의회 의장·2006 제주방문의해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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