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가 어느새 100일을 넘겼다. 하지만 아직도 불안하다. 그래서 김태환 지사는 또 6개월만 기다려달라는 당부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의 약’을 과신해서는 안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특별자치도는 백년하청이다. 특별자치도가 성공하려면 우선 공직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도민을 먼저 생각할줄 알아야 한다. 특별자치도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도민이기 때문이다. 또 궁극적인 목표도 도민 삶의 질 향상이 아니던가.

자치도 100일 그들만의 잔치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어 문제다. 시·군통합에도 불구하고 직원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 승진잔치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정무부지사와 여성부지사까지 들먹이는 형국이다. 과다한 인건비를 아껴 생산적인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는 도민의 요구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시장들도 마찬가지다. 선출직일 때는 표가 걸려있어 시민의 눈치를 봤지만 지금은 도지사만 쳐다보기에도 바쁘다. 또 시민보다도 공무원을 먼저 챙기기 일쑤다.

이영두 서귀포시장은 지난 7월 도 문화예술과의 도청복귀에 대해 시민들이 집단반발하자 “문화예술과의 복귀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제주시에 집중돼 불가피한 일”이라고 도지사를 두둔했다. 한술 더떠 “4개국 단위 기구를 서귀포에 이전해준 제주도의 배려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시장인지, 도지사를 위한 시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런가하면 김영훈 제주시장은 지난 5·31 지방선거때 “나를 도와준 시청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다시 나서겠다”고 했다. 시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시장이라면 빈말이라도 “40만 제주시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더 헌신하겠다”고 해야 옳지않은가.

일반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도민보다 상전이 우선이다. 특히 도청 공무원들은 매사에 도지사만 의식한다고 한다.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오로지 도지사의 의중과 취향을 먼저 헤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공무원을 앞세운 관제 세몰이 행사가 부쩍 늘고 있다. 표밭을 누비고 싶어하는 도지사가 대중집회를 그토록 선호해서인가.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힘든 도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도민을 먼저 생각한다면 이렇게 공무원들이 나서서 오라 가라 하지는 못할 것이다.

공무원 의식개혁 선행돼야

추석연휴 전날 어느 지역원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특별자치도 100일의 성과를 자찬하는 편지를 받았는데 몹시 불쾌하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발신자는 제주특별자치도로 돼있는데 말미에서 주어가 ‘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연 저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특별자치도가 곧 도지사라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오만불손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렇다. 특별자치도의 대표는 바로 도민이다.

지금은‘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왕권주의시대가 아니다.‘국민이 대통령’이라는 탈권위주의 민주시대이다. 비록 말로만 그쳤지만, 노무현 정부가 출범때처럼 진정으로 국민을 대통령으로 섬겼더라면 이토록 버림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별자치도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진정으로 도민을 도지사처럼 섬기려 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의 호응과 협력을 이끌어낼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의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진성범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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