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화의 섬 제주에서는 우리나라 농업의 운명이 달린 한·미 FTA 회오리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제주 생존산업인 감귤이 가물거리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걸려있다. 이제 온 도민은 이 위기 상황을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냉철한 현실인식과 자기성찰, 미래지향적 판단 등 통합의 지혜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렌지와 감귤류를 협상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제주 감귤은 총 경지면적의 37%(2만1430㏊)·전체 농가의 85%(3만659㏊)·농업 조수입의 53%(6000억원)를 차지하면서도 농가당 0.7㏊ 내외의 생계 유지형 산업으로 일반 서민의 생존과 지역 실물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유일한 생존산업이기 때문이다.

둘째, 농지·농가·농업소득이 감귤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경제적 재배가치를 상실할 경우 감자·마늘 등 일부 품목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며 그 결과 모든 품목이 과잉생산으로 동반 파산하고, 농촌 공동화 현상은 물론 가공·운송·제조·취업·관광 등 연관산업이 연이은 도산을 초래할 것이다.

셋째, 제주의 GRDP가 7조3000억원에 이르지만 역외유출이 심한 상황에서 도민의 실물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감귤의 쇠퇴는 서민 경제의 파탄, 사회적 혼란과 과중한 부담, 정부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넷째, 제주는 1차·3차산업에 의존하고 있어 감귤재배 농가의 직업 전환 여지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노령화 등으로 감귤 소득을 상실할 경우 당장의 생계유지가 곤란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제주는 세계 평화의 섬,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등재, 환경친화적 농업의 섬 등 청정을 존립의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미래 전략산업(4+1)도 청정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청정환경 유지의 보루인 농촌을 지키기 위해서도 감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여섯째, 자유무역협정(FTA)은 협상 당사국간에 상호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공존의 이익을 추구하는 ‘윈-윈’에 목적이 있는데 농가당 24㏊의 기업규모를 가진 미국이 0.7㏊ 규모의 생계 유지형 감귤을 대상으로 예외없는 무차별 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협상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일곱번째, 제주 농민은 감귤이 제주 경제와 농가 생존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조건과 경우에도 협상해서는 안된다고 확고한 생존권 사수의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설령 타결이 된다 할지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한·미 FTA협상이 우리의 뜻과는 관계없이 이미 시작됐다. 특정 지역의 현실을 무시한 예외없는 무차별 협상은 또다른 갈등과 불신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처럼 시원한 협상 소식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양대성 / 특별자치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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