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웅 부장  
 
한·미 FTA 제주협상이 오늘로 마지막이다. 일단 우려와 달리 큰 물리적 충돌 없이 협상이 마무리되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경찰도 그렇지만 농민들 비롯한 제주도민들의 의식이 그만큼 성숙했다고 자찬해 본다.

그러나 이번 협상 결과를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다. 아무리 농산물분야가 민감했다곤 하지만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다. 제주협상 첫날 양측 대표의 인터뷰를 보고 감귤이 지켜질 것으로 내심 기대됐다. “감귤이 협상품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김종훈 수석대표의 말이야 아군(我軍)이니 그렇다 치자. 미국 수석대표인 웬디 커틀러까지 “제주감귤의 민감성을 고려하겠다”고 거들었다.

우리는 이 말들이 “제주에서 협상을 하는 만큼 제주감귤산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 지켜주겠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그런데 25일 농산물분야 협상이 결론 없이 종료되고 말았다. 감귤의 운명은 올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제5차 협상으로 넘어갔다. 홈(Home)에서도 얻어내지 못한 것을 어웨이(Away) 협상에서 얻어낼 수 있을지 여간 걱정이 아니다.

그럼 제주도와 우리 협상단은 제주 감귤을 위해 무엇을 했나.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하겠지만 구차하다. 프로의 세계는 결과로 말을 한다. 아마추어에겐 최선을 다한 과정이 미흡한 결과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어도 프로에겐 아니다. 감귤 관련 제주 FTA협상의 결과는 무엇인가. 한·미 양국의 립 서비스(lip-service)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만 제주감귤, 앞날이 걱정이다. <김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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