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우리생활주변에서 '좋은 직장'으로 분류된다. 시대변화의 흐름에 따라 인식이 많이 달라지긴했지만 아직도 은행원은 괜찮게 여기는 직업가운데 하나다. 급여가 비교적 안정된데다 사회적 행보 또한 넓게 다져나갈수있는 이른바 '넥타이부대'에 속하기때문이다.

은행이 나름대로 인정받는것은 다름아닌 돈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든업무가 돈과 연관돼 은행돈을 활용하는 업체나 개인들로서는 결코 만만하게 대할수있는곳이 아니다. 이전에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은행문턱'이 높다는 말이 나오는것도 이와 무관하지않은것같다.

이런 은행들이 IMF구제금융 경제체제 이후 엄청난 몸살을 앓고있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이라는 과제속에 문닫는 은행이 늘어나는 수난을 겪은게 사실이다. 마치 상식처럼 굳어졌던 '은행은 망하지않는다'는 말이 사회통념속에서 깨져버린것이다.

알다시피 구제금융 한파에 밀려 간판을 내린 은행은 10개정도에 이른다. 인가가 아예 취소됐거나 타은행과 살림살이를 합치면서 낯익은 은행이름들이 금융가에서 자취를 감춘 실정이다. 게다가 2백50개를 웃도는 비은행 금융기관마저 퇴출되는 상황이 이미 벌어져있다.

은행을 비롯 금융권에 남겨진 '개혁의 상처'는 사실상 크지않을수없다. 그럼에도 금융구조조정을 여기서 끝낼수는 없는처지다. 외국의 유명 경제전문기관이나 신용평가기관, 또한 국내경제전문가들도 금융개혁의 부진함을 계속 지적한다. 추가개혁없이는 한국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수도있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금융권으로선 긴장을 떨쳐버리지못할 일이다. 2단계 구조조정앞에 서있는 은행들은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동시에 은행원들은 조정의 틀속에서 혹시나 일자리를 잃을지않을까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대응하는 모양새다. 금융산업노조가 '관치금융철폐'를 구호로 내걸고 오는 11일 총파업을 돌입한다고 공식선언한데서 재확인된다.

금융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금융마비가 불가피할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파업에 들어갈경우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임을 밝히고있다. 문제는 부풀어가는데 뚜렷한 대화채널이 선뜻 잡히지않는것은 걱정거리가 아닐수없다. 어쨌든 의료대란을 가까스로 넘기자 국민들앞에 다시 금융대란이 놓여있는셈이다.<백승훈·서귀포지사장 겸 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