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회갈등이 발생하여 전개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여러 형태의 부정적 결과 (예컨대, 물리적 충돌, 야유, 비난, 폭력사태, 파괴, 교통 혼잡 등)들에 대하여 일부 사람들은 짜증과 실망, 그리고 심지어 원색적 비난을 하기도 한다. 반면에, 새로운 사회발전을 가져오는 계기를 만드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사회갈등의 긍정적 순기능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사회에서도 오랜 역사발전 과정에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경험해 오고 있다. 예를 들면, 보수와 진보와의 이념적 갈등, 노사갈등, 이익집단간의 갈등, 도지사 선거와 관련된 파당적 갈등, 지역간 불균형 발전으로 불거지는 지역갈등, 자연환경의 보존과 개발에 따른 갈등, 도정의 정책사업에 대한 갈등, 중앙정부의 정책집행에 따른 갈등, 해군기지 설치 관련한 갈등, 세대간 갈등 등이 제주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보여주는 스펙트럼이다.

이러한 사회갈등은 다양하고, 복잡하고, 그리고 중층적 형태로 표출되거나 혹은 잠재되어 제주사회의 새로운 변동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사회가 국제자유도시 위상에 걸맞게 보다 시장 개방적이고, 다원주의적 국제화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는 지역간, 계층간, 이익집단간, 산업부문간, 도정과 지역주민간, 개발업자/투자자와 지역주민간, 그리고 제주인과 외국인간에도 다양한 사회갈등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제주사회가 만일 다양하게 분출하는 사회갈등을 의연히 잘 해소하지 못하여 도민들 사이에 반목, 질시, 비난 그리고 파당으로 점철된 사회적 분열과 무질서에 휩싸이게 된다면 사회시스템의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야기되는 여러 사회갈등에 대하여 짜증이나 비난에 머무르지 말고, 그런 사회갈등의 본질적 원인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동시에 그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사회적 시스템은 마련돼 있는지, 그리고 사회갈등의 사회적 파장을 수용하여 사회발전의 역동적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 성찰이 요구된다.

이제 제주사회에서 다양한 사회갈등의 여러 주체들이 직접 참여해 민주적 협의 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와 동의에 바탕을 둬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제도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갈등의 해소를 위한 합리적인 현실적 방안으로 사회협약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협약제도는 이미 선진유럽 국가들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돼 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노사정위원회가 그 대표적 실례이다.

앞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체제하에서 다른 시도에서 시행해 보지 않은 사회협약제도를 도입하여 잘 시행해 나간다면 제주사회의 다양한 사회갈등을 원만히 해소하고 화합과 연대를 향한 사회통합과 사회발전의 역동적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잠재력이며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승한 / 제주발전연구원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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