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1일은 ‘빼빼로데이’다. 청소년과 20대, 30대 젊은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기념일중 하나다. ○○데이 마케팅의 효과 때문인지 이날 하루만큼은 길쭉한 막대과자를 지겹도록 볼 수가 있다. 나 또한 결혼 전 아내가 건네준 막대과자 선물상자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걸 보면 대단한 광풍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1일은 농업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농업·농촌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 1996년 제정된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11월11일을 한자로 쓰면 ‘土月土日’로 우리농업과 관련이 깊은 흙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어 이날을 기념일로 정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농업인의 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그다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법으로 제정된 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 한낱 제과회사의 상술 마케팅으로 생겨난 가늘고 길쭉한 막대과자의 날에 밀리는 세태를 보면 가슴 허전함을 감출 수 없다. 물론 이윤창출의 목적을 가진 기업이 자기회사의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각종 ‘데이’들을 만들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농산물 수입개방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의 농산물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와 우리 농촌과 농업인을 힘들게 하고, ‘제2의 개항’에 비유되며 우리 농업·농촌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한·미 FTA 제4차 본협상을 지켜본 터라 정체불명의 기념일은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 정작 우리 생명산업을 굳건히 지켜나가며 1년 내내 땀흘린 농업인의 마음을 하루쯤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흔히 농업을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자연환경보존 등을 수행하는 생명산업이라고 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농업은 위대한 산업이며, 그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농업인들은 어느 누구보다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의 고향인 농촌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며, 생명산업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농업인의 권익향상에 조금더 관심을 가질 때 우리의 농업·농촌은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다가오는 11일에는 괜히 가늘고 기다란 막대과자에 입맛 버리지 말고 신선하고 풍성한 친환경 우리 농산물이 한상 가득 차려진 저녁식탁에서 가족과 더불어 농업인의 노고와 우리 고향 농촌을 생각해봄은 어떨까.<정진호 / 도민기자·농협제주지역본부 총무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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