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일 ‘재일 제주작가와의 만남’문학행사

   
 
   
 
“제 고장이 가장 어려운 시기 늙으신 부모님마저 버리고 도피한 저가 이 창조의 마당(문학행사)에 뻔뻔하게도 서 있다는 것은 매우 뒤가 켕기는 일입니다”

11일 제주작가회의가 마련한‘재일 제주작가와의 만남-문학속에 녹여낸 고향이야기’문학행사장.
문학속에 녹여온 고향이야기를 풀어놓는 재일동포 작가 김시종씨(78)의 말이 간간이 끊겼다.

김시종 시인은 「화산도」의 작가 김석범과 더불어 재일 제주작가들 사이에서 양대산맥으로 알려진 인물. 국내 여타 문학강연을 마다하던 그였다. 그랬던 작가는 이날 ‘나의 문학, 나의 시’주제 문학강연을 빌어 ‘빨갱이 사냥의 공포(제주4·3)’이후 50여년 간 자신이 자란 고장과도 끊어져 일본 땅에서 살아야했던 한 많은 삶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전날 문학강연 준비를 하면서도 내내 고향 제주에서의 첫 강연,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복받침 때문에 차마 강연원고를 채우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김 시인은 이날 문학강연에서 자기를 다루는 두 개의 문제의식을 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 2개의 명제란, 곧 ‘식민지 통치라는 일본제국주의 멍에로부터 되살아났다는 8·15의 해방은 나에 있어서 도대체 무엇인가’와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운동단 조직활동을 하고 온 자신에게 일본에 정주하는 의미와 전망을 어떻게 움켜잡고 실천할 것인가’다.

김 시인은 또 시는 무엇이며, 시인이란 어떤 사람인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시인의 존재란 자기 생명을 살면서도 남의 생을 겹쳐 갖고 있으며 시인의 언어는 그러므로 귀중하다”는 것, “시는 언어의 예술만이 아니라, 그리 살아보고자 힘쓰는 자세이며, 비평의 언어를 말로 할 수 있는 이가 시인”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종 시인 외에 이날 원수일·김창생·김계자·김길호 등 재일동포 작가들이 함께 참가해 제주작가, 고향 독자들과 반갑게 만났다.
김창생씨(56)는 인사말에서 식민지가 사람의 인격형성에 얼마나 큰 죄악을 범하는 지를 소녀시절부터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김씨는 “부모님의 고향, 제주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싶다는 내 소망은 이제 야망으로 되었다”면서 “야망이란 제주도에서 사는 것, 땀을 흘리며 일하면서 먹고살고 언젠가는 제주도의 흙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새로운 문학적 과제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심포지엄은‘재일 제주작가들의 문학세계’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있었다.
김계자·강영기·김환기·김길호·김동윤·고명철로 이어지는 주제발표과 토론은 재일 코리언의 삶과 문학, 재일 제주인 문학에 나타난 정체성, 재일 제주작가들의 4·3인식을 읽기에 여러 가지 화두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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