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중재할 ‘어른’이 없다
신뢰감 부족 잇단 갈등 해결 난망
원로 ‘지혜와 경륜’ 사회 환원해야

제주지역사회에 갈등과 분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풀리기는커녕 대립의 각만 더욱 첨예화하는 모습이다. 갈등·분쟁을 조정·중재해야 할 자치단체·의회·시민단체 등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원로들은 조정·중재자로서 역할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제주사회에 갈등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지역 미래비전·현안 등에 관한 갈등·분쟁을 푸는 원로들의 경륜과 지혜가 절실해지고 있다.

해마다 도내에서 사회적 갈등이 자주 생기고 있으나 해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변동·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痛)일 수 있다. 하지만 도민사회의 갈등과 공동체 분열현상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뒤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역·도정 현안, 국가정책까지 크고 작은 갈등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예를 들어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비롯해, 과학영농시설 부지 변경, 조천 주민·환경단체와 한전간의 조천분기 송전선로(154㎸) 지중화, 애월읍 고내리 현대오일뱅크 송유관 매립공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각종 갈등과 분쟁이 심화되고 있으나 자치단체나 도의회, 시민단체 등은 문제를 풀거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갈등 당사자는 물론 해결 핵심주체들이 역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신뢰감’부족이다. 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갈등 당사자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 아직까지도 대화를 통해 합의를 끌어내려는 문화가 미흡한데도 원인이 있다. 때문에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악화된 채 되풀이하곤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생긴 갈등은 정부가 나서 공권력 등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민주화·지방화시대가 되면서 이를 대체할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갈등관리를 제도화하기 위한 마땅한 수단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삽화=김태곤 화백  
 

제주사회에는 원로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전적 의미로‘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해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이 없다는 게 아니다. 분야마다 도덕성과 경륜을 지닌 원로는 있지만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여태껏 지역에서 생긴 갈등이나 분쟁 해결에 제 몫을 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이는 도민사회에서 도덕성·객관성·공정성을 인정받는 지역원로나 원로집단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도 제주도민사회가 인물을 키우는데 인색한 잘못된 풍토에서 찾을 수 있다. 혹자는 4·3사건 등으로 많은 인재를 잃었다 한다. 지역적 한계 때문에 자질이나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이 중앙으로 빠져나간 점을 꼽기도 한다. 물론 그 동안 경륜과 명망을 갖춘 원로들이 움직일 만한 입지가 좁았던 점도 있다. 사회원로가 지역 갈등 해결의 중재자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현실도 지나칠 수 없다.

하지만 원로 자신들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존경과 사랑을 받을 만한 일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도 되짚어봐야 한다.

지역사회 갈등·분쟁이 심화될수록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올바른 협상문화와 포용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가운데 한 축은 원로집단이어야 할 것이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올곧은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풀어 가는 원로의 경륜과 지혜가 절실하다. 원로를 존경·존대하고, 인재를 키우려는 사회적인 풍토가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다. <하주홍 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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