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인가 제주 지역의 오름이 도민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368개에 달하는 제주 지역 오름을 섭렵하기 위해 동호인들과 함께 주말마다 오름을 찾거나, 가족 단위로 오름 탐방에 나서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중산간 곳곳으로 도로가 뚫려 오름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진 것도 탐방객 증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탐방객이 늘면서 오름 훼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체계적인 보호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점은 수차례에 걸쳐 지적돼 왔고 나름대로 환경 당국에서도 보존 대책을 마련하고 훼손된 오름 복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교래자연휴양림 조성 사업 계획에 늡서리오름 분화구를 야외공연장으로 만드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오름 복구 및 보전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사업계획을 추진중인 관련 부서에서는 “오랫동안 초지로 활용돼온 곳이고 사전환경성 검토와 문화재지표조사를 모두 거쳤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늡서리오름은 분명 전형적인 말발굽형 형태를 갖춘 표고 488.9m의 오름이다.

제주의 오름이 완만한 능선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내면서 제주의 독특한 풍경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와 도민들이 이같은 오름에 대한 체계적인 보전방안도 없이 지금처럼 훼손이 가속화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과연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요청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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