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마사회는 ‘혼이 있는 경마, 국적있는 경마’ 시행을 위해 지난 1990년대초 국내산마 생산 중장기 계획을 수립, 말의 고장 제주를 경주마 생산기지화했다. 군유지를 제공(임대구매)해 육성목장을 설립하고 당초 농가에 씨암말 무상공여까지 하면서 생산참여를 권장, 지금은 114개 농가(제주 90·내륙 34)가 생산에 임하고 있다.

‘국내산마 생산 중장기 계획’에서 “경주마 생산은 위험부담이 높고 정착까지 장기간 소요되므로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강구한다”는 기본방향을 명시했다. 하지만 지방경마장 개설이 어렵게 되다보니 수요는 늘지 않고 생산공급과잉이 조기에 도래, 생산·육성된 마필(생산원가 1800여만원)의 적체로(연간 수요 700여두· 생산 1200여두) 생산농가는 많은 부채(농가당 약 3억 이상)를  지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경정·경륜·전자게임기 등 여타 갬블산업의 확산으로 경마산업의 사양은 세계적 추세이며 한국도 예외일 수 없어 근년에 와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마사 당국은 경주마 생산과잉으로 오는 현실문제 해소책을 강구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생산농가 등록제도를 도입, 저급 경주마 양산으로 생산기반이 붕괴될 수 있는 범죄적 행정을 자행하려 하고 있다.

생산기반 붕괴는 경마산업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인데 당국의 의도는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농축산물 수입개방에 따라 축산업 일부 농가에서 경주마 생산업의 특성(한정된 수요)과 생산실정(현재는 수요의 두배 생산 과잉)을 알지 못하고 생산에 참여하고자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같은 요구에 안이하게 부응하기보다 문제점을 똑바로 인식시키고 미래지향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말은 생태적으로 넓은 초지에서 맘껏 뛰놀며 자라는 동물이다. 특히 경주마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육성 조련을 통해 자질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우수한 경주마로 육성돼야만 경마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전 국민이 소비하는 육용 축산물은 양산을 목적으로 하고 과잉생산되면 도축 후 비축했다 소비할 수도 있지만, 경주마(더러브렛)는 조랑말처럼 육용으로 소비할 수도 없고 오로지 경마수요에 한정되며 현재 수요가 늘어날 전망은 거의 없다고 본다.

전문 육성 위탁기관이나 농가 육성시설도 빈약한 우리나라 실정으로는 현행 생산농가 선정기준도 너무 열악한 것인데, 더 완화하면(초지 아닌 땅 4000평·마사 15평) 생산과잉으로 오는 농가 파탄의 대책은 무엇이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바라건대 정부와 마사당국은 생산농가 등록제도 시행을 유보하고 2010년까지 현행 중장기 계획에 의거, 실천하고 그간 등록제 시행 관련 문제점 선결 사항에 대해 폭넓은 검토와 협의(공청회)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현대영 /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직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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