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천읍 선흘1리 반못.


◈반못(조천읍 선흘1리)
◈웃물·모사니물·금강못(구좌읍 덕천리)

 일반국도 16호선을 탔다.조천읍 선흘1리 리사무소를 지나 구좌읍 덕천리방면으로 내달린다.1.3㎞가량 달렸을까.반못은 자욱한 새벽안개와 푸른초지,그라고 안개를 헤치고 유유히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취재일정과 겹친 탓에 아침일찍 출발한 게 오히려 득이 된 것 같다.

 중산간 들녘.멀리 선흘2리 지경에 자리잡은 웃밤·알밤오름이 눈에 들어온다.제주의 토종자연이 싱그러운 초여름 풀냄새와 함께 어울려 가슴가득 밀려든다.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취재하는 것과 전혀 다른 감흥이다.

 선흘1리 반못은 해발 122m에 자리잡은 2000㎡ 크기의 자연못이다.돌 빌레 지역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연못으로 음용수로 활용됐던 못 2개를 포함,모두 4개로 나뉘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20일이상 가물때면 이 일대를 청소한 후 기원하면 비가 온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만큼 이 못은 주민들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다.상수도가 개설되기 이전에는 음용수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조달해야 됐기 때문에 반못과 주민들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지난 98년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결과 반못에는 소금쟁이와 참개구리·물방개·붕어 등이 서식한다.

 그러나 이가운데 참개구리는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마침 경운기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던 한 촌로는 “예전 이맘때면 개구리 소리가 요란했었지.그런데 말야,요즘에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어.이게 다 농약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생태환경 변화에 따라 참개구리는 이제 논과 못에서 삶의 터전을 풀밭으로 바꿨다.

 식물로는 상수리나무(상수리나무과),누릅나무(누릅나무과),소리쟁이·고마리·미꾸리낚시(마디풀과),쥐똥나무(물푸레나무과),자귀풀(콩과),물고추나물(물레나물과),마름(마름과),댕댕이덩굴(세모래덩굴과),피막이(피막이과),계요등(꼭두서니과),꽃향유(꿀풀과),어리연꽃·좀어리연꽃(조름나물과),누리장나무(마편초과),수련(수련과), 좀씀바귀·가막살이·개망초·찔레·한련초(이상 국화과),택사·둥근잎택사(택사과),맥문동(백합과),골풀(골풀과),닭의장풀·사마귀풀(닭의장풀과),수크렁·개기장(화본과),네가래(네가래과),세모고랭이·참방동사니(사초과)등이 서식한다.

물풀의 왕은 수련이다.못을 가득 메운 수련은 다년생 수생초이며 대개 6∼7월에 꽃이 피워내기 때문에 연중 이맘 때가 전성기다.

 구좌읍 덕천리의 웃물과 모사니물은 각각 상덕천과 하덕천에 자리잡고 있다.

 웃물은 작년 7∼9월께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실시했다.

 해발 235m에 면적은 3000㎡가량되며 물빠짐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남쪽과 동쪽에 120∼150m가량의 방둑을 쌓았다.마을사람들은 예전에는 물이 잘 고였는데 도로확장과 함께 전신주를 세우면서 돌 빌레를 깨버렸기 때문에 물이 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때 이곳에는 잉어·붕어 등이 서식해 여름철이면 동네 개구장이들의 놀이터로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주요 서식 식물로는 화본과의 강아지풀·참새피·띠·갈대·바랭이·억새·조개풀·수크렁·개기장을 비롯 버드나무,팽나무,역귀,소리쟁이,고마리,명아주,개구리자리,가락지나물,돌가시나무,서양금혼초,매듭풀,토끼풀,괭이밥,도깨비바늘,쑥,개망초,골풀,사마귀풀,창포,큰골,올방개,세모고랭이,참방동사니 등이 있다.

 전형적인 습지식물로서 1년초인 올챙이골과 가락지나물,다년초인 바늘골과 파대가리 등도 눈에 띈다.

 모사니물은 굴이 많고 뱀이 많아 노사수(老蛇水)라고 부르기도 한다.면적은 2932㎡.원래 3071㎡이던 것이 도로확장 과정에서 음용수통 쪽이 매립되는 바람에 크기가 줄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두그루의 팽나무가 있다.못 동쪽에 자리잡아 정자의 그늘이 돼주고 있는 팽나무는 수령이 50년가량 된 것이다.반면 이곳에서 못가운데 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팽나무는 수령이 150년가량 된 것인데도 수세가 50년 된 것만 못하다.

 이대진 덕천리장(62)은 “이 팽나무는 할아버지가 태어났을 때도 있었던 것”이라며 “다만 못 바닥이 빌레인 까닭에 뿌리를 더 뻗지 못해 말라죽고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눈에 띄는 수생식물로서 마름과의 마름·애기마름 등이 못 곳곳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고 못 중앙과 남쪽은 수련과 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장미과의 딱지꽃도 있다.딱지꽃은 개울가·바닷가 등에에서 서식하는 다년초로 키는 30∼60㎝,노란색의 꽃은 6∼7월에 핀다.

 금강못은 덕천리 국제기상연구소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원래 이 일대는 마을목장 부지였고 아스팔트 도로마저 없던 때라 우마급수장 치고는 수질이 무척 맑았다고 한다.

 특히 인적이 뜸한데다 주변에 경작지가 없어 백로·흑로 등이 날아오고 최근까지 유혈목이 등이 서식했다.

 그러나 관리가 소홀한 탓에 금강못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지금 상태대로라면 ‘흙묻은 발을 씻으러 왔다가 남몰래 슬픔을 비우는 덕천리 주민이 아닌 바에야 누가 이 썩어가는 물에 발을 담그겠는가’는 물음이 나올 법하다.<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김대생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