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근로자들은 영수증 챙기기에 혈안이 된다. 연말정산을 위한 분주함이 시작되는 것이다.

요사이 나에게 배달되는 우편물 중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기관에서 보내온 영수증도 있다. 지인의 부탁으로 무심코 후원금 신청서를 쓰고 월급날마다 자동이체돼 기부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배달된 기부금 영수증을 보며 뭔가 부족하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기부문화라 함은 일부 대기업이나 영화배우, 그리고 소위 인생 대박난 사람들이나 하는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기부행위는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먹을 것 안 먹고 추위에 떨면서 길거리에서 행상을 해 평생을 모은 돈으로 장학금을 마련했다는 등의 고귀한 뉴스를 접하면 ‘아~,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감동을 받게 된다. 베푸는 선행, 즉 기부문화는 누구나 감당해야 하는 당연한 것이어야 하며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난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특별히 한다는 생각, 사무실에서 다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그런 무관심한 후원, 그리고 연말정산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그런 조건적인 행동에서 기부문화를 접하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전 ‘제주농협 아름다운 기부문화 전개’라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내가 속하고 있는 직장에서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는 기부문화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알리는 기사였다. 매월 급여액의 일정액을 적립해 결식아동에게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는 운동이다. 향후 연간 1억원 이상의 성금을 모아 도내 결식아동 300명에게 급식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렇듯 찾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1%나눔 운동, 공동모금회 등 기부문화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여유가 있으니 한다’거나 ‘특별히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단돈 1000원이라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실천하는 의식전환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내년 나에게 발송돼 올 기부금 영수증의 의미를 생각하면 지금부터 가슴 뿌듯함을 감출 수 없다. 조그만 선행이 또 다른 선행을 낳는 반복된 행위는 곧 우리사회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며, 그 속에 동참할 수 있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작은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작은 행복을 느끼는 이 시대의 많은 참사람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정진호 / 도민기자·농협제주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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