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제주사회] 9. 설 곳 없는 인재
인재 양성·활동 제약 풍토 지역발전 정체 등 악순환...'인재=성장동력' 인식 필요

제주엔 뛰어난 인재가 별로 없다. 그나마 클 가능성 있는 도내 출신 재목들도 제주를 떠나고 있다. 인재가 들어오기는커녕 되레 역외로 빠지고 있다. 제주가 인재들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일할만한 곳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력을 담을 만한 그릇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제주사회가 인재를 보듬거나 키우려는 풍토는 더더욱 아니다.

물론 이를 개선하려는 도민 공감대 형성이나 정책적인 노력은 나름대로 있어왔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 도내 자치단체·학계·산업계 등은 물론 도민 모두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풀기 위한 방안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할 때다.


   
 
   
 
제주지역에서 일자리 여건은 매우 나쁜 편이다. 규모가 큰 기업은 거의 없고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올 2월 현재 산업별 취업자(전체 28만2000명)를 보면 농림어업 6만명(21.3%), 제조업 1만1000명(3.9%), 사회간접자본과 기타 서비스업 21만2000명(75.2%)이다. 이 가운데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 8만9000명(31.6%)으로 가장 많고, 도·소매와 음·숙박업이 7만4000명(26.2%)이다. 3차 산업에 치우치고 있는 산업구조는 좀체 변화가 없다. 도내 취업률(11.3%)은 전국평균(23.0%)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용충족률도 36.7%로 전국(48.3%)보다 낮다.

게다가 도내 자영업과 관련 취업자가 많고, 임시·일용직 등 비중이 매우 높아 안정된 일자리가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업종 확대 등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두드러진 것도 아니어서 취업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기업이나 투자를 유치 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되고 있는 지역경기 침체와 유치 부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여태껏 별 실적이 없다.

국가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청년실업 열병은 도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뾰족한 치유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지역 출신을 비롯한 인재들이 도내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지역대학 출신들도 일자리를 찾아 서울 등 다른 곳으로 떠나기 마련이다. 도내 인재 이탈현상은 당연한 현상이랄 수 있다.      

제주지역에 인재가 적은 건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가 전부가 아니다. 인재를 키우지 않는 고질적인 지역적인 토양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좁은 지역에서 혈연·학연·지연 등 연고주의 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함을 꼽을 수 있다. 자신과 연고가 없으면 도외시하거나 배타적인 풍토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상대방을 인정하기보다는 단점을 부각시키고, 인재가 크기도 전에 내리깎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이 같은 현상은 도내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근래 들어 이 같은 현상은 많이 나아지고 달라지고 있다지만 가장 먼저 반드시 없애야할 폐습이다. 여태껏 제주출신 가운데 뛰어난 인재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같은 풍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제주지역은 안팎에서 뛰어난 인재가 모여들고,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으론 우수한 인재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뤄야 한다. 더불어 지역 인재를 키우는 좋은 토양을 가꾸고, 인재를 끌어 모을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주지역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 양성과 활동처가 될 수 있도록 바꿔나가는 게 우리 모두의 몫이다. <하주홍 편집국 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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