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무·조냥정신‘무형자산’
삼무정신 ‘평등’‘평화’ 갈등 해법으로
고유 문화 특색 보편가치로 확산 필요

역사에 보편성과 특수성이 있듯 개별 문화도 보편성과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보편성은 인간이 생활하면서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대개의 문화가 보편성 위에 존재한다. 특수성은 개별 공동체의 고유한 문화를 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제주도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차별화된 특수성이 강하지만 점차 희미해지면서 제주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제주도는 섬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지역에 비해 고유의 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어떤 이는 조선시대 200년간 제주도에 내려졌던 ‘출륙금지령’이 제주 문화를 보존한 원인이었다는 역설을 펴기조차 한다.

아무튼 제주도는 남다른 섬이다. 그렇지만 제주가 가지고 있던 나름의 문화는 점차 퇴색되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정신으로 ‘삼무(三無)’와 ‘조냥정신’을 든다. ‘삼무’는 거지, 도둑, 대문이 없음을 말하는 제주인의 무형자산이다. 조냥정신도 예부터 아껴쓸 줄 아는 제주인의 대표적 정신이었다.

삼무를 현대적으로 표현해보자. 21세기는 부(富)의 양극화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양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삼무에서 말하는 거지가 없다는 의미는 부가 골고루 분배된 ‘평등’을 일깨운다. 도둑이 없다는 건 그야말로 제주인의 ‘정직’한 면을 보여준다. 도둑이 없기에 대문이 있을 필요도 없겠지만 대문을 두지 않고 정낭이라는 문으로 대신함으로써 ‘평화’를 실천해낸 제주인의 정신을 엿보게 된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삼무’는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전국 16개 시·도 범죄 발생률을 비교하면 그 실태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올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 건수는 4717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으며, 이는 전국 평균 3518건에 비해서 1000건이나 많은 것이다. 살인·강도 등 5대 범죄 발생 빈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구 10만명당 1627건으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조냥정신’은 또 어떤가. ‘조냥’은 ‘절약’이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쌀독에서 바가지로 쌀을 뜬 다음 그 바가지에서 쌀 한 줌을 떠서 다른 항아리에 비축하곤 했다. 이같은 조냥정신은 오늘이 아닌, 미래를 보다 알차게 살기 위한 준비자세였다. 지금처럼 마구 써버리는 향락·소비문화에 대한 경종에 다름 아니다.

제주인들에게 물어보자 ‘삼무’와 ‘조냥정신’이 있느냐고. 그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게다. 그만큼 제주인들은 예전 우리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간직하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젠 제주의 정체성을 살릴 때다. ‘삼무’는 ‘평등’이면서 ‘평화’의 이미지다. 현재 제주사회는 ‘해군 군사기지’ 문제 등을 비롯해 각종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무정신을 이어받는다면 이런 갈등도 쉽게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숨겨진 제주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제주 밖의 사회에까지 확산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더구나 내년도는 ‘제주민속문화의 해’인만큼 제주만의 문화를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제주만의 문화’는 바로 특수성이다. 올해 제주도는 특별자치시대를 선언했다. 동북아의 중심지역으로 뜨기 위해서는 제주가 갖고 있는 특수성을 이들 지역의 보편적인 가치로 만들어내는 역량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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