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보고 중학교에 진학을 했던 시절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부터는 매일 모의고사를 치렀다. 복사기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등사판으로 인쇄된 시험지에 답을 쓰다보면 잉크가 손과 옷에 묻기 일쑤였다. 만약 성적이 전날보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혼쭐나기 일쑤였다. 담임선생님은 엄한 꾸지람과 함께 체벌도 서슴지 않았다. 저녁에는 준비해간 양초를 켜고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했다. 특히 동급생이 교과를 따라오지 못하는 급우를 가르치는 것도 흔한 풍경이었다. 그래서인지 최소한 한글이나 구구셈을 모르는 친구는 없었다. 어떤 급우가 공부를 잘못해도, 모자람이 있다해도 지금처럼 집단적으로 따돌림하지는 않았다. 비록 거의가 가난했으나 공부를 최고로 여겼던 30여년 전 초등학교의 풍경이다.

요즘엔 한글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고 구구셈도 모르는 중학생이 적잖다고 한다. 어느 고등학교에선 수학을 중학교 수준에 맞춰 가르친다고 한다. 학생들이 고교수학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교 2학년생부터는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2002년 대학입시부터는 학교장 추천제와 특기 적성을 우대하는 특별전형이 확대된다. 그래서 일선 고교에선 학생들의 진학을 고려해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하는 등 성적 부풀리기에 힘쓰고 있다. 최근 들어선 성적에 이어 상장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과목마다 우등상을 주거나 교내에서 각종 경시대회를 열어 상을 주는 등 상장이 남발되고 있다. 모두 대입을 겨냥한 일들이다.

교육당국이 그 동안 시행해온 평준화 정책에 대해서 말이 많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지만 우려하는 소리도 만만찮다. 우선 교육평준화 자체가 위쪽이 아닌 아래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최근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2002년부터 자립형 사립고교 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한 새로운 교육정책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학교는 학생과 교사를 자체적으로 선발하고 수업료를 책정해 자율적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평준화정책과 마찰 없이 과연 실현될 지 주목된다.<하주홍·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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