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와 인간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여겨지는 돈(錢)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프라 벤(Aphra Behn)은 “돈은 전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로 그 의미를 말한다”고 했다. 이는 지구상 모든 인류가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전 세계 역사에 돈이라는 개념이 없는 곳은 없는 것 같다.

돈이란 그 사회의 가치척도이며, 일상의 수단이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위해 경제활동을 하고, 다시 그 돈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돈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지폐나 동전뿐만 아니라, 물물교환에서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무엇이든지 돈의 범주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화폐가 출현되기 전에는 교환수단으로 쓰인 베, 모시 등은 당시 생활필수품으로 소유했을 때 유용한 재물이라는 특성이 있다. 돈은 화폐라고 할 때 상품교환의 매개물로 가치의 척도, 지불의 방편, 가치의 저장수단 등으로 유통되는 재물이라 할 수 있다.

돈은 의식주를 비롯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편이다. 시대변천에 따라 돈은 이제 단지 저장과 가치척도의 수단뿐만 아니라 생활의 질까지 포용하는 개념이 됐다. 예로부터 돈은 ‘개같이 벌고,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이후 잘못된 사회구조적 병폐가 있다. 기술혁신이나 성실한 노력보다 정경유착이나 뇌물 등으로 부를 축적하려는 비열한 한탕주의 사회풍조가 만연돼 있는 것이다. 탈법과 불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쉽게 부자가 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서민들의 내면에 각인돼 있다. 돈 많은 사람을 존경보다는 질시하고 돈 자체를 더러운 것으로 여기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돈을 자신의 목표충족과 보람 있는 곳에 쓰는 게 아니라, 부를 축적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다. 너무 쉽게 돈을 얻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흥청망청 과소비도 있다. 자기 향락과 자본주의 속성에 따른 황금만능주의 병폐이다. 성실히 경제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돈을 벌고 쓰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돈을 잘 쓰는 것이 정직하게 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잘 쓰기 위해서 버는 수단이 돼야 할 돈이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돈의 가치가 커지면서 사람의 가치는 그만큼 작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돈이 사람을 평가하는 가치의 척도가 돼버린다면 이것은 중세의 노예제도와 무엇이 다른가. 돈은 단지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가치관이 정립될 때 생활은 편하고 마음은 더 안락해질 것이다. <문익순 / 제주특별자치도 공보관실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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