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수출시장 개척 및 홍보를 위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를 찾은 방문 일정 내내 방문단 일행은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시각각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낯을 붉혀야 했다.

러시아 최대의 물류 거점 항구인 블라디보스톡에서 통관 절차를 마치고 열차편으로 출발한 제주 감귤이 무사히 노보시비리스크에 도착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항이었지만, 블라디보스톡에서 훨씬 싼 가격에 제주 감귤이 시장에 나왔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특히 열차편으로 5∼7일이나 걸리는 곳이긴 하지만, 제주 감귤이 처음 시장에 나오는 노보시비리스크에서 첫 인상부터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정작 노보시비리스크에서는 현지 수입업체가 중국산과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저가의 가격 경쟁을 지양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데, 블라디보스톡에서 오히려 중국산보다 싼 값에 나온다면 시베리아 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는 데도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감귤이 캐나다에 이어 러시아 수출길에 오르게 된 것은 안정적인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국내 가격을 지지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수출 시장이 과연 제주도 산지에서부터 수출가격 경쟁을 해야 할 정도의 시장인가 하는 문제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노보시비리스크 방문 마지막날, 시베리아의 한 도시 감귤 저장창고에서 남미와 유럽 등 각지에서 보내온 감귤과 오렌지 등을 보면서 제주 감귤은 아직까지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