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의 물류 거점 항구인 블라디보스톡에서 통관 절차를 마치고 열차편으로 출발한 제주 감귤이 무사히 노보시비리스크에 도착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항이었지만, 블라디보스톡에서 훨씬 싼 가격에 제주 감귤이 시장에 나왔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특히 열차편으로 5∼7일이나 걸리는 곳이긴 하지만, 제주 감귤이 처음 시장에 나오는 노보시비리스크에서 첫 인상부터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정작 노보시비리스크에서는 현지 수입업체가 중국산과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저가의 가격 경쟁을 지양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데, 블라디보스톡에서 오히려 중국산보다 싼 값에 나온다면 시베리아 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는 데도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감귤이 캐나다에 이어 러시아 수출길에 오르게 된 것은 안정적인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국내 가격을 지지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수출 시장이 과연 제주도 산지에서부터 수출가격 경쟁을 해야 할 정도의 시장인가 하는 문제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노보시비리스크 방문 마지막날, 시베리아의 한 도시 감귤 저장창고에서 남미와 유럽 등 각지에서 보내온 감귤과 오렌지 등을 보면서 제주 감귤은 아직까지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홍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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