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들어 처음으로 한반도를 내습했던 태풍‘카이탁’은 효자태풍으로 불릴만 했다.별다른 피해를 주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짜증스런 더위를 씻어주기까지 했다.한걸음 더나아가 메말랐던 대지를 적셔주고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와 상수원에 시원한 수원을 조달해줬다.가뭄에 단비라는 말이 적절했을 정도다.사실 올 들어 비다운 비 한번 오지 않아 농촌은 물론 도시에서도 물걱정이 컸다.올해는 매년 맞이하는 장마도 흡족한 비를 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듯이 태풍은 폭풍과 폭우를 동반한다.바람은 초속 32m 이상으로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강수량은 태풍의 위력과 비례한다.세력이 강할수록 많은 비구름을 몰고 다니기 때문이다.비구름이 영향을 미치는 폭도 비숫하다.그런데 태풍도 이동과정에서 세력을 잃는다.육지를 지나면서 발생하는 마찰이라든지 주변의 기압배치에 따라 에너지를 손실하는 것이다.필리핀,타이완은 지리적으로 태풍의 경로에 자주 노출된다.그래서 태풍의 위력을 저감시켜주는 대신 자신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한반도로 상륙하는 태풍은 한라산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태풍은 따라서 이동방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발생지가 북태평양이므로 이동경로는 처음부터 예측하기는 어렵다.대개의 경우 우리나라까지 오면서 소멸돼버리기는 경우가 많다.그것은 태풍의 수명이 며칠이 되지 않을뿐더러 앞서의 지적대로 위력을 저감시키는 방패가 있어서이기도 하다.태풍이 연간 30여개가 발생해도 우리나라를 거쳐 지나는 수가 평균 3~4회에 불과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그것도 대부분 7~8월에 집중돼있다.지금은 태풍의 계절이다.

자연현상인 태풍은 피해만 입히는 것은 아니다.바다의 적조,저염분 현상도 태풍이 지나면 풀리기 마련이다.이번처럼 물걱정일 때 효자노릇도 했다.그러나 태풍은 매번 강력한 폭풍우로 인해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힌다.사이클론이나 허리케인이 다른 대륙을 강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아무리 선진국이라해도 폭풍우 앞에선 아직 맥을 못추는 게 현실이다.자연재해는 대비가 됐을 때 최소화할 수 있다.그것이 이로움은 얻고 피해는 빗겨가는 지혜이다.가만히 앉아서 효자태풍만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고순형·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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