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에 대해 경남 남해군 군민공원에 세워진 박진경 연대장의 동상. 동상 뒷면에 '북괴가 제주도를 공산기지화하기 위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내용의 비문이 새겨져 있고, 전방 20m 지점엔 제주현무암으로 만든 돌하르방 2기가 세워져 있다.<김종민 기자>

 제주4·3을 둘러싼 논쟁이 경남 남해군에서 벌어지고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논쟁은 남해군 시민단체들이 4·3때 강경토벌전을 벌였던 박진경 11연대장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운동을 벌이면서 비롯됐다.이에 대해 박진경의 양자 박익주씨(11·12대 민정당 국회의원)가 시민단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논쟁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밝힌 동상철거운동의 명분은 첫째,박진경연대장은 친일파 집안의 일본군 장교출신으로서 4·3때 무차별 토벌전을 벌여 많은 제주도민들을 희생시켰고,둘째 박진경의 고향이 남해라는 이유만으로 군민공원을 개인의 사유물로 전락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논쟁의 발단은 2000년 4월 21일자 「남해신문」에 실린 이태문씨(남해사랑청년회 회장)의 글에서 시작됐다.이씨는 기고를 통해 “혹시나 우리 고장을 찾을지도 모르는 제주도민이 이를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질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며 동상철거를 주장했다.

 또한 시민단체 기관지인 「남해사람」(2000년 4월호)은 4·3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해임당한 김익렬연대장의 유고록을 인용 ‘박진경연대장은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박익주씨가 시민단체와 김익렬장군을 ‘용공분자’로 매도해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이태문씨는 “신문기고 직후 박익주씨가 항의방문해 ‘제주도민 몇 명이 죽었는지 몰라도 빠른 시일내 사태를 수습했다는 점에서 박진경연대장은 위대한 사람이며 김익렬연대장은 빨갱이 성향이 있다’고 강변했다”고 말했다.

 이태문씨는 또 “박익주씨는 올해 현충일 행사 때 ‘북한의 김정일이 대통령이 돼도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라며 시민단체를 불순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남해신문」(6월 23일자)과 「남해사람」(6월호)을 통해 박씨의 ‘용공매도 발언’을 비판하면서 동상철거 운동을 지속적으로 펴 나갈 뜻을 거듭 밝혔다.

 동상철거 운동에 뜻을 같이하는 김영식 신부(남해천주교회)는 “동상을 세워 추앙해야 할 분은 제주도민의 생명을 보호하려 애쓴 김익렬장군”이라고 말하고 “군민동산 부근은 한국전쟁 때 양민학살도 있었던 곳이므로 희생자를 위령하고 민족과제인 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통일동산’으로 가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경 동상은 1990년 4월 7일 남해군민동산에 세워졌는데,동상 20미터 전방에는 제주 현무암으로 만든 돌하르방 2기가 세워져 있다.<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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