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문인 제주공항과 제주항의 제주를 알리는 브랜드 입간판은 평화의 섬, 신비의 섬, 아름다운 제주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평화, 신비, 아름다움이란 말은 세계 유명 관광지 어디에서든지 담고 있는 추상적 브랜드라 제주를 찾는 타지역 사람이나 외국인에게 새롭고 특이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

필자는 귀신(鬼神)의 섬으로 이미지를 바꿨으면 한다. 오늘날 문화는 빼어난 언어와 눈으로 보는 색채, 빠른 정보로 전달되는 소리로 어떤 사물에 대해 보고, 느끼고, 듣는 것에 매료된다. 때문에 제주의 독특한 돌과 바람, 바다와 산(동굴, 오름)등을 신화로 어우러내는 신을 구체화해 관광 상품화해야 한다.

제주도는 면적, 인구, 경제활동면에서 대한민국의 1%이지만 세계에 가장 많은 1만8000여 신들이 살고 있다. 신은 귀신의 준말이다. 제주의 신들은 액을 막아주는 신들을 말한다. 귀신이라는 말을 듣기만해도 소름끼칠 수 있지만 우리의 정신속에 귀신이 없다면 삶의 감칠맛도 없을 것이다. 귀신은 인간의 마음을 통제하고 산만한 정신세계를 올곧은 세계로 이끌어준다.
한예로 필자가 어렸을때 외할머님이 들려주던 허웅아기신화의 일부분을 들어보겠다.

‘엄마, 나 변소에 가고 싶어 / 갔다오너라 / 무서워요 /
그럼 솥밑에 가서 소변보렴 / 조왕 할망 나올걸요 /
찬장 앞에 괜찮겠지 / 달락 귀신 나와도 /
그럼 뒷뜰에는 / 밭칠성이 나올거야 / 그럼 어쩌면 좋을것 같으니 /
엄마 실 한 꾸러미 주세요 / 한 쪽에는 엄마가 잡구 /
한 쪽은 내가 잡아서 나갔다 오면 되잖아요’

이와같이 귀신은 어른과 아이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제주의 귀신은 곧 인간적 또는 초자연적 위력을 가진 신들이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제주에 왔다가면 인생사에 좋은일만 있을 것이란 기대감, 곧 희망을 줄 수 있는 신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다면 가족과 다시 제주를 찾게 될 것이라 사료된다.

대표적인 예로 돌문화공원, 민속자연사박물관, 김녕사굴, 목석원 등은 부분적으로 제주 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다소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1만8000여 신들을 구체화해 제주 이미지를 보여 주자는 것이다.

한예로 영등할망,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이야기 등을 테마공원식으로 조성하고 신화를 만화식으로 엮어내 관광객에게 저렴한 가격(도에서 보조금지급)에 판매한다면 일거양득이 아닐까. 전문가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관광에서 강력한 정신적 상징을 심어주게 된다면 제주의 귀신이 제주도민을 먹여살리는 ‘신의 제주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울러 제주의 상징 브랜드 입간판을 ‘귀신의 섬’으로 바꿔보면 어떨지 제주특별자치도지사께 품의드린다.<최창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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