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김시태씨 장편소설 ‘연북정’ 출간

제주출신 문학평론가 김시태씨(67·한양대 명예교수)가 제주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연북정」(1·2권)을 펴냈다.

소설은 사건 자체보다는 4·3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인간의 조건과 운명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주요 등장인물은 해녀의 아들 김현준, 남로당 제주도당 위원장의 딸 지인숙, 경상도 출신의 제9연대장 김기진이다.

작품의 무대인 조천리는 작가의 고향이자 반골정신이 그 어느 곳보다 강하다. 제주항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조천 포구는 제주도의 유일한 관문이었다. 조천 포구 한 켠에 우뚝 서 있는 ‘연북정(戀北亭)’은 유배객들이 도착하자마자 임금님께 네번 절을 올리고 떠나가던 곳. ‘조천(朝天)’이란 지명은 ‘임금님께 조알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조천리 주민들은 4·3의 형성 및 전개과정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도당 위원장과 빨치산 지휘관을 비롯한 주요 직책을 맡는 등 4·3을 통한 민중항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1946년 4월에 문을 연 조천중학원은 1948년초에 폐교 조치됐고, 이 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은 대부분 빨치산운동에 가담했다가 희생된다.

등장인물인 김현준과 지인숙, 김기진은 소설 내에서 이곳 조천중학원 출신으로 등장한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제시하고 싶은 건 4·3 그 자체가 아니라 어린시절 작가의 기억 속에 각인된 연북정과 만세동산, 그리고 그때 그 사람들의 꿈과 열정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들의 정신적 분위기가 어떤 모호한 형태로나마 작가의 한 구석에 뜨겁게 남아 있다.

이 소설은 작가의 ‘내 영혼의 길찾기’에 속한다. 작가가 찾는 세계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찾아가야 할 것인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정처없이 길을 떠나고 있을 뿐, 끝없는 방황과 좌절을 느낄 뿐, 그 첫 번째 관문을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조천(朝天)임을 각인시킨다. 선·각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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