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노력하면 믿고 따르죠”
전국 1등 동아리 '사구탐사반' 꾸려...자연의 소중함 깨닫는 아이들 '보람'

   
 
  ▲ 식물박사로 통하는 강선탁 교사가 학생들에게 해안사구에서 서식하고 있는 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며 공부에 쫓기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흔한 풀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는 강선탁(48·제주중앙중) 교사는 학생들에게 식물 박사로 통한다. 주말이면 학생들과 야외로 나가 자연을 가르친다. 평소 식물에 관심이 많던 강 교사는 지난해 3월 ‘사구 탐사반’을 꾸렸다.

‘사구 탐사반’은 제주도 해안사구에 어떤 식물이 살고 있는지, 사구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사하는 과학동아리다. 강 교사를 주축으로 한 학생 9명은 함덕해수욕장, 김녕해수욕장, 이호해수욕장 등 도내 해수욕장을 돌며 식생과 해안사구를 조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레 자연과 교감했다. 순비기나무, 갯금불포, 갯메꽃 등 식물들의 이름을 알기 시작하더니 해안사구 식생이 사구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됐다.  

강 교사는 “처음에는 식물 이름조차 몰랐던 학생들이 스스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흙에서 자라는 식물에서부터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런 강 교사의 열정에 학생들의 노력이 더해져 얼마 전 ‘사구 탐사반’은 기쁜 소식을 접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한 청소년과학탐구반(YSC) 전국과학탐구발표대회에서 당당히 중학부 1등을 차지한 것이다.

강 교사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학 교사로서 발명반 운영에도 앞장섰다. 농어촌 이동발명교실을 열거나 학교로 학생들을 초청해 발명교실을 여는 등 강 교사의 발명교실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강 교사는 “교과서 내용을 머리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이나 발명을 통해 원리를 깨우치는 것이 진정한 학습”이라며 “학생들은 이를 통해 과학에 쉽게 접근하고, 흥미를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 교사도 요즘 교실수업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학생들로 수업분위기가 흐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를 들거나 그들을 포기할 수 없어 고민은 더욱 커진다.

강 교사는 “학생들을 되도록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며 “내가 먼저 열심히 공부하고, 학생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면 학생들이 믿고 따라오지 않겠느냐”며 하루하루 파이팅을 외친다. 

학생들도 알고 있다. 강 교사의 노력 덕분에 스스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이승훈군(1학년)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자연탐사가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며 “책에서 눈을 돌려 자연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생님이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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