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사무처장에 쏠린 눈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를 두고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사자성어로 얘기하곤 한다. 이렇듯 오비이락은 한가지 일로 인해 뭔가 일이 잘못될 것임을 암시하는 말이다.

제주도체육회는 2년동안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체육인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다름아닌 사무처장 인선이다. 도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사무처를 반드시 두고, 처장은 회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사무처의 일을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3월 신석종 전 사무처장이 자리를 비운 뒤 그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당시 신 처장은 도내 체육인들을 끌어들여 ‘오라회’라는 선거 사조직을 만들어 파장을 일으키자 사무처장 자리를 내놓았다.

2년동안 사무처장이 ‘빈 자리’로 남으면서 체육계 주변에서는 누가 그 자리에 앉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체육인들의 눈은 당연히 30일 열린 제주도체육회 이사회에 쏠렸다. 이사를 보선하거나 선임하는 일은 이사회를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오라회’ 파문으로 자리를 내놓았던 신석종씨를 이사로 추가 선임하는 건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사회 참석 이사들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함에 따라 신씨의 도체육회 입성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날 상정된 안건은 다음 기회로 ‘보류’되는 선에 그쳤기 때문에 전 처장인 신씨가 언제든지 도체육회 이사 혹은, 사무처장으로 앉을 여지를 남겨뒀다.

도체육회는 이날 “(신씨가) 개인적으로 제주 체육을 위해 일하고 싶다길래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다. 사무처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이사회에 앞서 신씨는 제주도체육회장인 도지사 면담까지 했다고 한다. 면담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궁금하다.

사무처장 자리는 늘 도지사 선거에 휘둘려 왔다. 체육인들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치 않는다. ‘오비이락’을 곱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