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인터뷰] 쉰 네살 카리스마 김영철 '그놈 목소리'로 연기 변신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네요. 제 안에 있는 안쓴 연기 근육이 막 꿈틀거림을 느낍니다."

'야인시대'의 김두한, 관심법으로 사극 '왕건'에서 주인공 왕건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떨쳤던 김영철. 그는 우리 시대 강한 남자 캐릭터의 표상이었다. 아무리 드라마의 패턴이 변했다 한들 그는 늘 드라마에서 강한 남자로 자리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는 자신을 스스로 배신하지 않고 연기해왔다. 하지만 변화가 온 건 3년전 MBC '제5공화국' 당시. MBC는 그를 전두환 역할로 캐스팅 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영철은 '더 이상의 강한 카리스마가 못내 부담스러워' 고사했다. 좀 더 인간적인 역할에 대한 갈증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으로 12년만에 충무로로 유턴했다. 조폭 두목 역할이지만 힘 한번 안쓰고 상대를 압도하는 묵중한 존재감으로 새삼 자신을 각인시켰다.

영화 컴백 두번째 작 '그놈 목소리'에서는 아예 김영철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을 씻고 다시 봐야 했다. 저렇게 헐거운 캐릭터에서도 김영철은 오롯이 아무나 갖지못하는 '존재감'을 발현하고 있었다.

감독들이 내 연기 근육을 씰룩거리게 만들어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을 만났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에게 오랫동안 정형화된 연기 패턴은 이 젊은 감독 앞에서 다소 머쓱해지는 순간을 맞았다. 조폭 두목이다. 김영철이 떠올린 캐릭터의 모습은 '저놈을 없애버려!'하면서 거칠게 호흡하는 조폭 두목이었지 김 감독이 설명하는 '차 한잔 점잖게 마시면서 나직이 해결하고 와'라고 전혀 감정의 미동도 없이 말하는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변화된 감독들의 영화 어법이 얼마나 관객들과 잘 호흡하는지 그 때 깨닫게 됐다고. '그놈 목소리'의 박진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김영철이 그동안 즐겨 사용한 연기근욕이 아닌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았던 힘줄을 찾아내 그 근육을 자극하고 끄집어 내고 있었다.

"그런 근육이라면 배우된 입장에서 언제든 안쓰겠어요?"라고 반문하는 김영철은 다시 영화판에서 일하는 것에 신이 난 모양이다. '그놈 목소리'에서는 쉰 네살의 나이에 올 누드 연기도 펼쳤다. 어눌하고 답답해 뭔가 믿고 맡기기 어려운 강력반 말단 김욱중 형사 역을 소화한 김영철은 유괴범이 모는 차에 갇혀 결국 범인에게 옷마저 뺏기고 빈 공터에 남겨지게 된 것. "벗고 말고는 중요한 문제 가 아니었요. 아 제몸이 뭐 볼거 있나요. 문제는 박 감독이 설명했듯이 극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에 공감하니 당연히 따라가게 됐죠. 관객들이 더 민망했을 수도 있죠. 하하하." 예의 그 호탕한 웃음이 이어진다.

이병헌, 설경구 다 이름 '값'을 합디다

김영철이 후배들을 평하는 한마디는 바로 이름 '값'이었다. '달콤한 인생'에서 만난 이병헌과 '그놈 목소리'에서 연기한 설경구 모두 그 배우들의 유명세 만큼이나 이름 '값'을 하더라는 것이다. "제가 오랜 동안 경험한 것에 비춰보면 진짜 배우란 조용할 때 조용하고 시끄러울때 같이 시끄러울 줄 아는 감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두 후배는 그런점에서 탁월한 감각을 가졌어요. 우린 일종의 밥장사에요. 밥장사란 밥을 맛있게 지어서 손님들에게 잘 팔아야 하는데 이 친구들이 그 밥 잘 짓는 법을 안 단 말이죠."

'그놈 목소리'에서 김영철은 설경구를 철저히 받쳐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어차피 영화는 설경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자칫 분위기를 망칠수 없는 노릇이었다. "왜 저라고 은근히 섭섭한게 없겠어요. 그동안 해온 역할 들이 있는데.. 하지만 어떤 역할이 어떻게 중요한지 의미를 모른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경구가 다치지 않게 경구 드라마니까 결코 깎어먹는 선배는 되지 말아야 겠다는 게 이번 영화에서의 각오였죠."

차기작도 이미 크랭크 인에 들어갔다. 세번째 영화 '마이 파더'에서는 입양된 아들 다니엘 헤니와 함께 하는데 토막살인죄로 사형수가 된 역할을 맡아 연기한다. 그에게는 영화 공동 주연작이다. 제대로된 관객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미 10KG이나 체중감량을 한 상태. 이밖에도 몇가지 캐릭터 설정을 위해 놀라운 캐릭터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게 배우로서 즐거울 따름입니다. 절 필요로 하고 제게 반응 보여주는 관객이 있는데 제가 망설이고 안한다면 그건 직무유기죠~" 카리스마 김영철이 아니라 연기에 충만한 열혈 남아 김영철이다.<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