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스승 학급신문"

한달 1회 발간 '대화의 공간'...아이들과 함께 '희망 나눔' 7년

   
 
  ▲ 정용문 교사가 학급 학생들과 학급신문에 실린 기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학부모의 생각이 담긴 보물입니다”

한달에 한번 학생들과 학급신문을 만든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싣고, 학생들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생각까지 담았다. 이렇게 발행되는 이들만의 학급신문이 벌써 7년째다.

대화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학급신문은 정용문(41·제주중학교) 교사의 아이디어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시작한 신문이 해를 거듭하면서 학급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 우리가 만든 신문 어때요? <박민호 기자>  
 
그동안 만든 학급신문을 꺼내든 정 교사는 “새 학기가 돼 아이들을 만나면 기대반 걱정반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된다”며 “아이들과 함께 학급신문을 만들면 걱정은 사라지고 희망이 피어난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학급신문은 반이 바뀔 때면 ‘떨어져도 튀는 2539’, ‘떨어져도 튀는 2338’, ‘떨어져도 튀는 2737’로 새 이름을 달았다. 뒤의 숫자는 학년과 반, 담임을 포함한 학생 수를 뜻한다.

 

   
 
  ▲ 수줍은 웃음을 짓고 있는 정용문 교사.<박민호 기자>  
 
학기초에는 다섯명의 편집부원이 구성되고, 편집부원은 이달의 행사와 정보를 전달한다. 선생님의 글은 물론, 부모님의 글, 선배와 옆 반 친구들의 글까지 지면을 채운다. △생각의 터 △국어일기 △마음껏 먹고 싸기 등의 코너로 읽는 재미를 더했다.

학급신문은 부모에게 소식통으로 통한다. 정 교사는 “남자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집에서 학교 이야기를 잘 안한다”며 “학급신문이 학부모들에게 학교소식을 전해줘 학부모들이 학급신문을 기다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학급신문으로 학생들도 달라졌다. 조회나 종례시간에 학급신문에 담긴 시사적이거나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내용을 서로 읽고 토론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도 그 중 하나였다.

김태양군(15)은 “신문을 통해 학급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며 “학급신문은 우리에게 또 다른 스승”이라고 말했다.

정 교사의 감회도 남다르다. 졸업생들이 모교를 찾아오면 처음 꺼내드는 것이 학급신문 모음집이다. 학급신문을 보면서 그 당시 추억을 하나둘 꺼내든다. 그리고 아직까지 신문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졸업생들은 하나같이 “아직도 해요”라고 놀랜다.

학급신문은 정교사에겐 기둥 같은 존재다. 담임으로서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가끔 힘들 때도 학급신문이 있기에 다시 한번 힘을 낸다.

정 교사는 젊다. 아니 젊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농담 삼아 ‘선생님은 스물 아홉 살’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생각이 젊어야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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