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원하는 길 찾아줘야"
교직생활 대부분 수험생 입시지도...어엿한 사회인 성장 제자에 '보람'

   
 
  ▲ 김근수 교사가 수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김대생 기자>  
 
“운명의 막연함보다는 노력의 확실함을 믿어라”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은 하루가 숨가쁘게 돌아간다.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막연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더 혼란스럽다. 이런 학생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스승이 있다.

26년의 교직생활 중 14년 동안 3학년 진학지도를 맡아왔던 김근수(49·사대부고) 교사는 3월 한 달도 진학지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해는 2학년을 맡았지만 진로선택은 빠를수록 좋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교사는 “교사 나름대로 진학프로그램이 있다”며 “성적이 우수하다고 선호대학, 인기학과에 짜 맞추기보다는 그 학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졸업생들이 선호하는 공무원이나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은 고등학생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진로선택을 막연히 학부모들이 원해서 행정학과나 사범계열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런 학생들에게 김 교사는 원대한 꿈을 갖길 원한다. 그는 “물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젊은이의 야망이 사라진 것 같다”며 “더 높게,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학생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진학지도 외에도 김 교사의 하루는 바쁘다. 수학담당이어서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다보면 어느새 밤 11시다. 한 명의 학생이라도 학교에 남아있다면 그 학생을 지도하는 게 교사의 도리란다.

3학년을 오래 맡았던 만큼 기억나는 일도 많다. 한 학생이 자주 쓰러져 1주일에 한번은 병원에 업어가길 반복했다. 또 가출한 학생 때문에 당구장 곳곳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아팠던 학생은 의사로, 가출소년은 컴퓨터프로그래머가 됐다.

어엿한 사회인이 된 학생들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 교사는 “지난 설날에는 초임 때 맡았던 학생이 찾아와 삼각함수에 대한 이론을 물었다”며 “설계업무를 맡았던 제자가 꽤 나 급했던 모양이다”며 웃는다.

최근 김 교사에겐 고민거리가 생겼다. 학생체벌이 문제가 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엄한 교사가 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버릇이 없거나 잘못된 길로 가는 학생들을 자칫 방관하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친구 같으면서도 엄한 교사가 될 것”이라는 그는 물 흐르듯 조용히 그 자리에서 학생들의 미래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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