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가리 등록추진 사례 전·후 바뀌어
보존과 활용도 좋지만 충분한 공감 얻어야

문화재청은 올해 제주에 있는 돌담길에 대한 문화재 등록을 다시 추진한다. 지난해 주민들의 반대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돌담길에 대한 문화재 등록이 유보됐지만, 새로운 대상물을 찾아 이를 재추진한다. 문화재청은 돌담길 문화재 등록을 통해 제주의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할 수 있고, 이를 관광자원화 하는 등 활용의지에 따라 지역의 경제적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근대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와 제도라 하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적정 대상물 찾아 등록 재추진

문화재청은 지난해 경상남도 산청 남사마을 옛담장,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도 상서마을 옛담장 등 전국 14곳의 담장길을 문화재 등록 했다. 제주에서는 하가리 돌담길이 지난해 10월 등록예고 됐지만, 마을주민들의 반대로 등록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이와 관련, 올해 제주지역 돌담길에 대한 문화재 등록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가리 주민들의 의사가 바뀔 경우엔 하가리 돌담길 등록을 다시 추진할 여지가 있지만, 현재로선 추진 대상물을 결정하지 않았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앞으로 적정 대상물을 찾기 위해 협조를 해나갈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문화재 등록제도에 대한 도민이해를 구하고 있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특히 규제강도가 훨씬 덜하다는 것.

문화재청에 따르면 등록문화재는 철거·이전·외관의 1/4 이상 변경 등 현상변경 때 지정문화재가 허가를 받는 것과 달리 신고만으로 가능하다. 물론 문화재청은 현상변경에 필요한 지도와 조언, 권고 등은 할 수 있다. 단, 문화재청에서 보수 등을 위해 보조금이 지원된 경우에는 현상변경 때 허가가 필요하다.

문화재청은 또 근대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한 문화재 등록으로 활용하기에 따라 지역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주의 돌담길이 문화재로 등록된다는 의미는 어찌 보면 국가가 인정하는 ‘브랜드’를 갖게 되는 것이어서, 해당 문화재를 마을의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등록문화재 제도가 뿌리 내리기 위해선 다시 말해 소유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문화재청은 덧붙였다.

△이해관계자 동의가 먼저

하가리 주민들이 마을 돌담길 문화재 등록을 반대한 이유는 다름 아니다. 잣동네 말방아(중요민속자료제 32-1호), 제주초가(제주도민속자료 제3-8호) 에 이어, 다시 10㎞에 이르는 마을 돌담길이 문화재가 될 경우, 마을 전체가 규제에 묶여 주민 편의는 물론 재산권 침해도 심각해 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가리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주민동의를 먼저 구하거나 등록문화재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문화재청의 등록예고가 이뤄지는 등 절차의 전·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문화재청이 제주도에 등록예고 대상을 추천해달라고 협조를 구했고, 도가 당시 북제주군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문화재청에 하가리 돌담길을 제시하기까지 주민들에 대한 동의 절차 및 설명회 등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방통행’식의 절차 진행 때문에 마을에서는 원치 않은 홍역을 한바탕 치러야 했다.

그렇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며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하더라도, 설사 문화재 등록이 문화재 지정처럼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할지라도 소유자 및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동의절차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등록문화재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지만, 소유자와 주민들에게 그 활용에 대한 방향성과 청사진이 제대로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담장(돌담)길에 대한 문화재 등록은 지난해부터 이뤄졌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부가가치를 낳은 수범사례가 없다”며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이 지역의 정서와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지자체와 주민을 중심으로 활용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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