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건강지킴이’ 38년
공인9단…옮기는 학교마다 태권도 수업
“집중력 향상·선후배 우애 다짐 최고”

   
 
  ▲ 김형우 교감이 아침시간에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박민호 기자>  
 
봄이지만 아침공기가 쌀쌀하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우습기라도 한 듯 아이들이 일제히 기합소리를 낸다. 7살 유치원 꼬마부터 6학년 아이들까지 전교생 116명은 이른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아이들의 태권도 교사는 다름 아닌 교감 선생님이다. 지난해 북촌교로 근무지를 옮긴 김형우(58) 교감은 아침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는 동작이 서툴던 아이들도 이제는 곧잘 한다.

   
 
  ▲ 김형우 교감 <박민호 기자>  
 
‘교감이 태권도를 가르친다고 웃지는 않을런지….’라며 입을 연 그는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면 집중력이 좋아져 자연스레 학습능력이 향상된다”며 “전교생이 함께 배우기 때문에 선·후배간 우애도 다질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태권도의 장점을 설명한다.

태권도는 김 교감을 따라 다닌다. 지난 1970년 교직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발령 받는 학교마다 태권도 수업을 이어왔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그의 신념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다. 

심지어 20대에는 아이들의 도복을 마련하기 위해 결혼예물을 서슴없이 팔았다. 더욱이 자비를 털어 선수 육성을 하다보니 월급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의 열정이 모아져 무릉교에서는 전교생을 유단자로 만들었다. 물론 아끼던 제자 중에는 국가대표도 나왔다.

그런 만큼 그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제자도 많다. 그러다 보니 30대에 주례를 섰던 적도 있다. 그는 “제자가 찾아와 어릴 때는 마냥 태권도를 배웠는데 이제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며 “이런 하나 하나가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부쩍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는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운지 1년이 지났지만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 도복을 사지 못한다”며 “사주고 싶지만 한 두 푼이 아니어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 김형우 교감이 유치원 아이에게 동작을 가르치고 있다. <박민호 기자>  
 

그 동안 그는 체육관련 활동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학교 현직에 있으면서 초등출신 교사로서는 처음으로 제주도체육회 이사를 10년 동안 맡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초등학교태권도연맹회장도 그의 임무다.

그의 태권도 인생은 언제까지일까. 그는 “보통 운동하는 사람들은 노쇠를 핑계로 중간에 그만두는데 80∼90세까지 운동을 해야 몸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난 120세까지다”며 너털웃음이다.

김 교감은 도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태권도 공인9단이다. 오른손 주먹은 정권으로 단련돼 돌 같이 굳은살이 박혀있다. 그의 오랜 태권도 인생이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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