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이용숙씨·아들 리홍근씨 TV서 재회
"지난 고생 모두 내 잘못" 가족애 듬뿍

“아들아! 지난 세월 고생 많았지.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28일 오전 8시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 화상상봉장. 이용숙 할아버지(97·서귀포시 동홍동)는  56년전 헤어진 아들 리홍근씨(62)의 모습이 TV화면에 나오는 순간 흐느꼈다.

이들 부자(父子)는 6·25전쟁이 한창인 1951년에 생이별했다. 평남 남화면 용문리에 살던 이 할아버지는 1·4후퇴때 부인에게 20일 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며 고향을 떠난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7살이었던 북측에 사는 아들도 환갑이 지나서 아버지를 처음 만나는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리홍근씨는 “아버지가 고향을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마을은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고 어머니도 전쟁직후인 1954년께 돌아가셔서 고아가 됐다”며 “누이가 일찍 결혼하면서 매형과 함께 지냈다”고 비운의 가족사를 이야기했다.

이 할아버지는 “너희가 고생한 것은 모두 내 잘못이다. 그 동안 원망이 많았을 텐데 용서해달라”고 말을 했고 아들은 “오히려 아버지가 가족과 떨어진 채 남측에서 외롭고 고생이 많으셨다”고 위로했다.

이들 부자는 지난 세월에 대한 슬픔과 재회에 대한 기쁨의 감정에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할아버지가 “나이가 많아 북측의 가족을 만나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다”고 슬퍼하자 외손녀 김영수씨가 “그런 말하시면 안됩니다. 통일이 되면 직접 고향으로 모시고 싶으니 건강히 오래 사셔야 됩니다”라고 당부했다.

56년의 긴 헤어짐에 불구하고 이들 부자에게 주어진 만남은 2시간. 짧은 대화가 끝나 다시 헤어진 이 할아버지는 “할 말이 많이 남았는데…”라고 고개를 떨구며 자리를 일어섰다.

제6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은 5차 행사 중단 13개월 만인 지난 27일부터 재개됐으며 29일 제주에서는 북측에 사는 안수렬씨(82·여)의 신청으로 동생 안수연씨(79·여·제주시 이도2동)와 상봉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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