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4·3문화예술축전 등 추모행사 잇따라

또다시 4월이 왔다. 음력 2월 영등달 끝물, 이제는 꽃샘추위가 가셨거니 해도 여진의 비바람이 가슴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바람은 그날의 상흔인가. 동백꽃 뚝뚝 지듯 죄 없이 죽어간 제주인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동생…4월의 바람은 그날의 진상을 똑똑히 기억하겠지. 광풍의 세월, 허망하게 죽어간 넋들을 달래줄 해원굿이 온다. 제주 4·3사건희생자위령제봉행위원회의 제59주년 제주 4·3사건희생자 위령제를 필두로 4월 내내 상생의 바람결에 타전하는 제주민예총, 4·3도민연대, 4·3연구소 등의 추모행사가 잇따른다. 제주민예총의 제14회 4·3문화예술축전을 중심으로 주요행사를 소개한다.

■ 4월 3일 제59주년 제주 4·3사건희생자 위령제

제59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 위령제는 오는 4월 3일 오전 11시 제주 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거행된다.
제주4·3사건희생자 위령제봉행위원회 주관으로 여는 이날 위령제는 오전 10시 제주민예총의 ‘다시 피는 평화, 생명의 꽃이여’문화예술행사로 문을 연다.
이어 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4·3유족을 비롯한 도민, 재외도민 등 1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제사와 추도사, 유족대표 인사, 위령공연, 헌화, 분향 등으로 진행된다.

■이 땅에 그리움 있다=4·3전야제

 제주민예총의 제14회 4·3문화예술축전의 첫 장은 4·3전야제가 연다. 4·3전야제는 본제(本祭)에 앞서 이뤄진 행사다.
오는 2일 오후 7시 관덕정 관장 일대에서 펼치는 4·3전야제는 ‘이 땅에 그리움 있다’는 주제로 평화선언 마당, 진혼무, 4·3평화의 춤, 항쟁의 노래, 평화의 노래 등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평화선언의 마당에서는 정해년 4·3 열림굿(정공철 집전),  4·3그리고 평화에 관한 영상물 상영, 2007 제주평화선언 선포식, 4·3과 평화의 시 낭송(시인 이기형) 등이 이어진다.
진혼무·4·3평화 춤에는 인간문화재 이애주씨가 초청돼 4·3의 민중성을 기념하고 무자비하게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위무한다.
4·3의 노래·평화의 노래에는 제주 챔버코랄이 4·3 당시 불렀던 노래를 편곡해 들려주는 한편, 실버라이닝, 우리나라, 이정미, 유진박 등 젊은 뮤지션들이 4·3평화정신을 구현한 악곡을 선곡해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다.

■잃어버린 역사, 시대정신과 소통=4·3역사맞이 거리굿

4·3역사맞이 거리굿은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서 과거 역사를 재현해 오늘의 시대정신과 조유하고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는 굿이다.
오는 3일 오후 7시 관덕정 일댈에서 열리는 4·3역사맞이 거리굿은 강요배 화백의  4·3역작그림인 ‘동백꽃 지다’를 연행패들의 퍼포먼스로 펼쳐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제주시 동네 풍물패(20개 팀)와 부녀회, 노인회, 유족회 등이 4·3의 역사를 거리에서 재현한다.
이들이 재현하는 장면들은 8·15 해방, 자치 열기, 3·1시위, 서청 입도, 입산, 4·3봉기, 5·10 단선거부, 학살, 견벽청야, 장두 등 ‘동백꽃 지다’의 그림들을 ‘몸’으로 풀어내 4·3의 전 과정과 4·3당시 제주인들의 생활상을 낱낱이 엿볼 수 있다.

■인간, 평화, 사랑을 노래하다=4·3평화음악제

4·3평화음악제는 80년대 이후 4·3추모, 해원, 상생의 창작곡 등 음악적 성과를 집약해 대중노래운동과 시민사회의 예술적 향유를 동시에 체득하는 실천의 광장을 말한다.
오는 4월 4일 오후 7시 30분 제주시 해변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4·3평화음악제는 ‘인간, 전쟁, 평화,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  4·3을 전국적 추념의 장으로 거듭난다.
4·3평화음악제는 제주시립합창단이 서막을 장식한다.
이어 바리톤 최현수, 소프라노 유미숙, 국악인 안숙선,  가수 안치환·신효범·유열 등이 선구자, 목련화, 그리워, 아베마리아, 영원한 사랑, 판소리 제주 창작 4·3(문무병·김경훈 시), 잠들지 않는 남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처음처럼, 좋은 사람,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애니 드림 윌 두(KBS어린이합창단 8명 협연) 등 열창의 무대가 마련된다.

■평화·인권, 마당판에 불러보세=4·3평화·인권 마당극제4·3평화·인권 마당극제는 고통으로 얼룩지고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하는 마당이자 제주도민의 평화·인권·통일의 바람을 염원하는 마당이다.
4·3평화·인권 마당극제는 오는 4월 21∼29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과 야외놀이마당(=도문예회관 야외공연장)에서 마련된다.
오는 4월 21일 오후 5시에는 제주시청, 신산공원, 도문예회관 야외놀이마당을 잇는 제주지역연합풍물패의 길놀이, 집전팀의 생명살림굿이, 놀이패 한라산의 ‘사월굿 헛묘’가 개막공연으로 오른다.
이어 극단 함께사는 세상(대구), 극단 갯돌(목포), 극단 달오름(일본 오사카), 극단 자갈치(부산), 노동문화예술단 일터(부산), 나무닭움직임연구소(서울), 마당극단 좋다(대전), 민요패 소리왓(제주), 하타 카노코(대만), 놀이패 신명(광주)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오는 4월 23·25일 3일동안은 이름없는 공연팀의 워크샵이 부대행사로 마련된다.

■찾아가는 현장위령제=빌레못굴 해원상생굿

4·3해원상생굿은 역사의 광풍속으로 내몰린 죽음들의 터를 찾아 성처를 치유하는 굿판이다.
올해는 오는 4월 7일 오전 10시부터 애월읍 어음 2리에 있는 빌레못굴 학살터에서 해원상생굿을 벌인다.
4·3해원상생굿에서는 시인 강덕환의 시굿, 민중가수 최상돈의 몸굿, 제주칠머리당굿보존회(무형문화재 제71호) 집전의 위령굿, 위령굿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참배분향과 소지 사룸 등으로 진행된다. 행사장에는 열두문, 흑백만장, 배향신위, 까마귀솟대 등이 설치되며 시화전도 열어 억울한 영혼의 원한을 풀고 저승길로 들어서기를 기원한다.

 

■돌아오라, 눈물보다 붉게 피었다 진 생명이여=4·3문학제

4·3문학제는 시화전, 문학기행으로 마련된다. 먼저 31∼4월 7일까지 제주 4·3평화공원 야외전시장에서 ‘돌아오라, 눈물보다 붉게 피었다 진 생명이여’라는 제목으로 제주작가회의, 제주문인협회 초대시인, 전국 작가회의 초대시인들의 제주4·3과 평화, 인권 등 주제의 작품  59편을 전시한다.
또한 오는 4월 14일 오전 9시30분에는 서귀포시 성산읍 속칭 터진목을 중심으로 동부지역 일대에서 문학기행을 갖는다.
‘돌아오라, 바람 속에 파도 속에 잠긴 이름이여’라는 제목으로 여는 문학기행은 해당 지역에 산재한 4·3유적지를 돌아보면서 4·3의 광기의 역사와 섬에 휘몰아쳤던 광풍의 실체를 체득해본다.

 ■이외에

4월3일 전후로 각종 행사가 마련된다. 4월 1일 제59주기 4·3해월방사탑제, 4월 8일 4·3역사순례가 각각 4·3도민연대 주최로 열린다. 4월 2일 옛 주정공장터에서는 4·3유족회 주관으로 제8회  4·3행방불명인 진혼제가 마련된다.
또 4월1∼4일 4·3평화공원에서는 탐라사진가협회의 ‘제59주년 4·3위령제 사진전’, 4월 3∼8일 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탐라미술인협회의 제14회  4·3미술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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