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연구소, 30일 4·3증언본풀이마당

“총에 맞아 그 고생을 하면서 살아온 생각을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오빠, 언니, 동생이 경찰에 희생됐지. 난 죽어지진 않고, 총 맞은 곳은 쉑쉑쉑 아프곡. 목숨이 질겨서 살았지. 그때 생각하면 막 울어진다. 그때 세상 산 생각을 하면 참…사난 살았주”

증언자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증언자의 눈물이 증언이고, 간간이 뱉는 원인 모를 한숨이 증언을 대신했다.

(사)제주 4·3연구소(소장 이은주)가 마련한 여섯번째 4·3증언본풀이마당이 30일 오후 1시 제주시 열린정보센터 6층 강당에서 4·3당시 살아난 4명의 증언자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4·3후유장애인인 부순녀씨(76·제주시 용강)는 “1949년 정월, 용강 내창에서 다리에 총을 맞은 이후로 현재까지 병신이 돼 걷지도 못하고 당시 피를 얼마나 뺐는지 다리가 실려서(차가워서) 못살겠다”면서 “이녁 고생한 거 이녁이나 알 주 아무도 모른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날 4·3 후유장애인 박춘생씨(75·구좌 종달)는 “4·3당시 세화지서에 끌려가 ‘폭도새끼’라며 모진 고문을 받은 뒤 평생을 약을 먹어야 겨우 사는 사람이 됐다”면서 “한번이라도 훨훨 걸어 낭 죽어시민 좋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4·3증언본풀이마당에 참석한 증언자들에게 4·3은 총에 맞아 반신불수가 되거나 토벌대에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던 악몽의 세월이었다.

한편 이날 4·3증언본풀이마당은 부순녀·박춘생씨외에도 전찬순씨(80·제주 건입), 박창호씨(85·애월 중엄)의 증언도 잇따랐으며 객석을 메운 젊은 학생들이 이들의 증언을 숨죽여 듣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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