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환 첫 희곡집 ‘이모티콘 스토리’

희곡작가 문무환씨의 「이모티콘 스토리」는 희곡‘잠녀기’(「제주작가」창간호)이후 10년만에 발표한 첫 창작집이다.

문씨는 희곡‘잠녀기’에서 제주해녀항쟁의 의로움과 친일파들의 횡포를 서사적으로 풀어내면서도  막간에 마임 형식을 껴 넣는 등 과감한 실험성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신간에서는 4·3을 비롯해 2050년 첨단 시대의 인간의 인연을 얘깃거리로 삼은 표제작  ‘이모티콘 스토리’ 등 5편의 희곡작품들은 소재가 다양하다.

 ‘바람이 부는 대로’는 창작집 가운데서도 유독 시선이 쏠리는 작품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는 쌍둥이 형제를 주인공으로 가족의 수난사를 다룬다. 4·3이 주요 배경인 아 작품에서 쌍둥이형제는 한 명은 군인, 한 명은 ‘산으로 간 사람’의 신분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운명들이다.

4·3으로 인한 개인사는 이 책에서는 철저히 타자화된다. 동생(군인)은 자신의 전과를 덮는데 혈안이 된 인물이다. 4·3으로 인해  불거진 동생의 도덕적 일탈은 한 역사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상처를 감행하는지, 4·3가 가족사를 어떻게 해체했는지 낱낱이 까발리고 있다.

‘단추를 잘못 끼운’ 역사, 역사의 삐에로가 된 주인공 동생이 가족, 친족, 주변인에게 준  상처와 아픔, 슬픔, 비극이 얼마나 큰 상흔인지를 작품은 극명하게 드러낸다.  

책을 읽다보면 친족이 친족의 아내를 범하고, 4·3때 동생에게 억울한 누명을 썼던 사람들로 인해 (쌍동인 관계로)동생으로 오인을 받은 형이 처참한 죽임을 당하는 등 가족사의 비극은 곳곳에 비수처럼 꽂혀 있음을 알 수 있다.

희곡 ‘바람이 부는 대로’는 제목처럼  4·3의 와중에 좌로든 우로든 서지 못한 채 눈치만 보면서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엉킨 실타래 풀 듯 풀어냈다. 도서출판 온누리·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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