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협 4·3미술제, 현장감 두드러져 관객 시선 끌어
회화에서 설치, 영상까지 미술 장르 집약

   
 
  탐미협 4.3미술제 전시가 오는 8일까지 도문예회관 1전시실서 열리고 있다.  
 

 

   
 
  강요배 작, 젖먹이  
 
총에 맞은 듯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어미에게 아기가 매달려 젖을 먹으려 하고 있다. 아이는 모른다. 엄마가 왜 쓰러져 있는지…. 그냥 본능처럼 어미의 가슴을 파고 들 뿐이다.

강요배 화백의 유화작품 ‘젖먹이’를 보고 있노라면, 4·3의 참혹상과 아픔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스며든다. 관객은 작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비극이 전해주는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펼쳐진 볏짚에 얼굴형상들이 놓여져 있다. 꺾어진 동백꽃과 함께…. 얼굴들은 마치 군화에 짓밟힌 듯 일그러지거나 뭉개져 있다. 김영훈·강문석·양천우씨의 공동설치작품 ‘흙무덤’은 4·3당시 아무 이유 없이 무참히 희생된 도민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꺾어져 흐트러진 동백은 4·3의 처절한 비극을 강조하고 있다.    

탐라미술인협회(이하 탐미협)는 열 네 번째 4·3미술제 ‘다시 그 곳에 서서’일환으로 마련한 전시를 통해 59주년을 맞은 4·3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있다.

작가들은 지나간 역사가 바로 오늘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역사의 현재화를 통해 보다 나은 인간의 삶을 지향하겠다는 뜻을 이번 전시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

작가들이 지난 1월부터 수차례 4·3유적들을 답사하며 현장에서 느낀 점을 작품으로 끌어온 만큼 이번 전시에서는 생생한 현장의 느낌이 절절히 묻어난다.

월령리의 손바닥 선인장은 세상을 달리한 무명천 할머니를 애도하는 허영선 시인의 ‘무명천 할머니’와 함께 하고 있다. 이 작품을 그린 작가 양미경씨는 4·3후유장애인으로 이미 고인이 된 진아영 할머니에게 안김으로써, 현대인들이 4·3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발굴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 4·3희생자 유해의 모습이 현무암에 형상화(고민석작, ‘드러냄’)돼 있는가 하면,  4·3희생자 유해에 수의가 입혀져 있는 모습(정용성작, ‘귀천’) 등 희생자 유해발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 등도 관객을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채로운 영상물도 4·3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4·3희생자 유족들의 한 맺힌 모습에서부터 희생자 유해발굴 과정, 작가들의 유적지 답사 모습 등이 소개되고 있다. 

탐미협 작가들은 그동안 자리왓, 목시물굴, 종남마을, 관음사, 월령마을, 곤흘동, 별도봉 등에서 4·3의 흔적을 되밟았으며, 답사장소에 대한 설명이 작품과 함께 내걸려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번 전시는 4·3의 비극과 아픔, 한(恨), 고통, 서러움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놓여진 과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시는 오는 8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문의=011-697-7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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