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반년만에 다시 펜을 들었다. 그동안 왜 글을 쓰지않느냐는 항의(?)가 많았다. 굳이 변명이라도 하자면, 갓 태어난 특별자치도에 정신차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한 6개월간 거드는 마음에서 지켜만 보기로 했던 것이다. 힘겹게 기어가는 특별자치도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그새 특별자치도는 출범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엉거주춤이다. 기대만큼 힘차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안마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허송세월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해군기지다. 여전히 여론의 주변에서 빙빙 맴돌고 있다. 화순항에서 위미항으로 왔다갔다 게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태환지사가 곧 해군기지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과연 지금이 그럴 때인가. 또 시간을 벌기위한 고육지계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로드맵이라는 것은 출발점에서 나와야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해군기지 논쟁은 이제야 시작이란 말인가. 

김지사는 특별자치도지사에 취임하면서 이미 로드맵 같은 것을 발표한 적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작년 11월까지는 태스크포스팀의 연구결과에 따라 양단간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이제 와서 새삼스레 로드맵이라니, 도대체 해군기지 논쟁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그동안 해군기지에 대해 할 것은 다해봤다. 찬반 성명전도 그렇고, 토론회와 공청회도 할만큼 해봤다. 그것도 모자라 다자협의체 회의도 여러번 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찬반 양측의 힘겨루기만 격화될 뿐이었다. 더이상 기다린다고 뾰족한 수가 나올 상황이 아니다. 시간을 끌수록 찬반 대립구도만 깊어질 따름이다.

따라서 김지사는 하루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지리하고 치열한 찬반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해군기지 문제는 결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물론 김지사가 결단하는데는 고충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찬반 대립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반대가 더 높은 것같지만 실제 여론조사는 찬성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언론조차도 딱 부러지게 찬반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의회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가동한 '군사기지특위’도 요란하게 뒷북만 치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또한 위원들간에도 찬반이 엇갈려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해군기지는 그누구도 쉽게 풀수 없는 난제중의 난제이다. 그런데도 김지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비겁하면서도 미안한 일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만큼 위험한 일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지사도 사람인데 무슨 재주로 그렇게 어려운 양자택일을 할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김지사는 재주가 아니라 숙명적인 사명감으로 결단해야 한다. 그게 도지사로서의 피할수 없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지도자는 흔들림없는 강단을 보여줘야 한다. 고뇌에 찬 그의 용단은 역사적 심판을 받게될 것이다.

최근 김지사는 간부회의에서“총알이 날아오는데 모두다 피하려고 하면 안된다. 도정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수부터 총알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지금이야말로 그렇게 사즉생(死卽生)의 비장한 각오를 보여줘할 때이다.<진성범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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