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에 있다가 제주에 도착한 비행기 트랩에서 내릴 때 접해지는 공기는 그 어느 지방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미로움을 느껴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청정의 이미지가 있는 제주에도 산성비가 내린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 생각 할 수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에서 2006년도 내리는 비의 산도를 측정한 결과 주거지역과 산림지역에서  94~97%의 산성비가 내리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인위적인 오염원이 있는 주거지역과 오염원이 없는 산림지역의 강우 산도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빗물의 산도는 pH 5.6이며 이는 공기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이산화탄소(CO2)가 빗물에 용해되어 화학적 평형을 이룰 때의 빗물의 산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pH5.6미만의 비를 산성비라 한다.

빗물의 산도에 영향을 미치는 오염물질로는 공장, 화력발전소 또는 사업장이나 건물 및 가정에 설치되어 있는 보일러, 소각로, 자동차 배출가스 등에 들어있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이 원인물질로 작용한다.
대기질과 산성비는 상관관계가 있지만 산성비의 원인을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 산성비가 생성되는 메커니즘이 자체·외부 대기질,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기상 상태, 지정학적인 위치, 바람의 이동경로 등과 같은 다양한 특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산업시설 등 유해물질 배출업소가 거의 없어 대기질은 청정함을 유지하는데 반해, 강우의 산도는 조금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서는 제주가 지정학적으로 중국대륙과 인접해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황산화물질, 질산화물질 등이 비구름에 혼입되어 편서풍을 타고 제주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중·일 공동조사보고에 의하면 황산화물질의 경우 우리나라에 침적되는 양의 절반정도가 중국에서 이동되어 온다는 것만 보더라도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의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이 그 지역 내에서 발생되는 것도 있지만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 장거리 이동되어 오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특히 빗물 생성 기원이 비구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비구름이 생성된 지역과 이동한 경로가 산성비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일례로 태풍시 태평양에서 진입한 비구름은 역으로 빗물의 산도가 중성쪽으로 기울고 중국 등 오염된 지역에서 유입된 빗물은 대부분 산도가 높은 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산성비를 방지하려면 지역적인 오염물질 발생 최소화뿐만 아니라 오염물질 유입경로 국가의 오염물질 발생량을 저감하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산성비로 인한 피해라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나 눈을 맞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며, 만일 비나 눈을 맞았을 때는 곧바로 몸을 씻는 생활습관을 갖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산성비 저감을 위한 작은 실천사항으로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을 노천에서 소각하지 않으며,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고 모든 자원을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 제주특별자치 도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겠다.<제주특별자치도보건환경연구원  지방환경연구사 김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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