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외면한 4·3문화예술축전

제주민예총이 주관한 4·3문화예술축전에는 외침은 있되 울림이 없다.  ‘4·3을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의 존엄함을 갈구’해야 할 4·3문화예술축전 행사들이 그 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그 ‘정신’이 빠지자, 자리를 채운 건 잔치다. 홍보 부족, 꽃샘추위도 악재였다. 준비 부족으로 급조된 행사가 곳곳에서 돌출했다. 4·3유족들, 주민들, 젊은 학생들도 거의 외면했다. 모두 4억 4500만원 예산, 역대 최고의 ‘몸값’을 들인 4·3문화예술축전이 몸값을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 제주민예총이 주관한 4·3문화예술축전 모습  
 

◇주제의식 결여된 4·3문화예술축전

4·3문화예술축전의 올해 예산은 모두 4억 4500만원. 기존 1억 4500만원에 3억원이 추가 투입됐다.

문화관광부가 제주4·3사업소에 4·3문화예술축전 명목으로 줬으나 제주4·3사업소가 자체 제출한 사업과는 내용이 맞지 않다고 판단, 사업을 제주민예총에 넘겼다.

그러나 제주4·3사업소가 제주민예총에게 넘긴 시기가 지난 2월 초였으니, 준비기간을 따져보면 고작 한달 여에 불과했다. 3월 하순에 가서야 4·3문화예술축전 홍보가 된 것이 당연하다.

짧은 준비기간은 4·3문화예술축전의 핵심인 기획, 연출부분에서 ‘누수’로 이어졌다. 이처럼 촉박한 일정에ㅔ 쫓기다 보니 행사 프로그램들은 죽음에서 상생, 화해, 평화로 이어지는 4·3의 주제의식이 결여된 채 곳곳에서 난맥상을 연출했다.

◇관객 없고, 홍보 늦고, 춥고…총체적 난국

4·3문화예술축전은 행사내내 ‘관객부족’으로 허덕였다.

전야제 행사에 맞춰 관덕정은 ‘관객들이 벌떼처럼 몰려올 것’을 대비, 모든 차량의 통제를 막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정작 전야제가 시작될 때에는 ‘의도된’ 관중 외에 관객동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전야제가 ‘4·3문화예술축전에 앞서 이뤄지는 행사며, 4·3문화예술축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제의’의 취지를 담고 있었지만 이날 전야제 행사들은 이런 주제의식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는 미흡했다.

거리굿은 관객 동원에서 연출력에 난맥상을 보였다. 강요배 화백의 4·3연작인‘동백꽃 지다’를 테마로 제주역사의 현장인 관덕정을 무대로 관객, 배우가 하나되어 난장을 펼친 시도까지는 좋았으나, 이 역시 관객동원에는 실패해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거리굿은 제주 근대현사를 아우른 극으로 제주민중의 수난과 항쟁을 보여주고자 했으나 일관된 주제의식이나 긴장감이 결여돼 지루하고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

이날 5시간 넘게 막은 관덕정은 관객들에겐 열린 공간보다는 닫힌 공간이었고, 관객과 배우간에 공간적 단절감을 줬다.

관덕정을 열린 공간으로 확장할 것이라면 골목마다 설치미술품을 전시했거나, ‘동백꽃 지다’그림 복사본을 내걸어 전시물로 쓸 수도 있었을텐데, 무대를 제외한 그 어디에도 관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평화음악제는 많은 관객에도 불구, 준비된 레퍼토리가 열린음악제와 거의 유사, 4·3축전만의 차별성을 갖지 못했다.

◇‘외침만 있고 울림이 없는’ 행사는 그만

4·3희생자유족들의 행사 참여 부재 역시 문제다. 4·3문화예술축전 전후로 4·3위령제가 곳곳에서 열렸다.

4·3문화예술축전을 주최한 제주도든 주관한 민예총 등이든 4·3위령제에 참가했던 유족들을 행사장으로 이끄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4·3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매년 방사탑 세우는데 돌 한 덩어리라도 행사 주최측과 유족들이 함께 옮겨 쌓는 노력들을 경주했는지, 자라나는 세대들, 어린 학생들을 위한 4·3문화예술축전 행사가 과연 있는지.

4·3문화예술축전을 주최한 김태환 도지사는 물론이고, 공무원들의 얼굴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참 궁금하다. 축전의 주인이 없는 축제장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내년 60주년 4·3문화예술축전은 제발 ‘외침만 있고 울림이 없는’행사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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