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새 바람 ‘아이 좋은 학교’] "학교 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제주 공교육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획일적이고 정형화 된 틀을 벗고 학생들의 창의력과 적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 3월부터 제주형 자율학교 ‘아이 좋은 학교’라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지면을 통해 자율학교로 지정된 9개교의 학습방향과 변화의 바람을 싣는다.

   
 
  ▲ 다양한 인증제를 통해 아이들의 성취감을 높이고 있다. <김대생 기자>  
 
#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물럿거라

해마다 줄어드는 학생들 때문에 통·폐합 위기에 몰렸던 학교가 자율학교로 활력이 넘치고 있다. 지난 1962년 2개학급으로 문을 연 대흘교는 개교 당시 학생이 20명 내외에 불과했지만 1975∼1976년에는 300여명 가까이 불어났다.

하지만 이농현상과 자연감소 등으로 학생감소를 비껴갈 수 없었다. 좀 더 큰 학교, 좀 더 좋은 학교를 찾아 하나둘 떠나가 시작했다. 그러더니 2000년대부터는 100명으로 떨어졌고, 2004년 76명, 2005년 71명, 2006년 78명으로 통폐합 위기에 처할 정도였다.

이런 찰나에 자율학교라는 새로운 시도가 시작됐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바뀐다고, 그것도 처음 시도되는 ‘아이 좋은 학교’에 아이들이 모여들지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모집대상이 동광교, 인화교, 신광교, 노형교, 한라교로 제주시내권 아이들이 농어촌 소규모 학교로 전학 온 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초반기에는 홍보할 길도 막막했고, 전학 오겠다는 아이들도 없어 ‘실패로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이 일었다. 하지만 교직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발품을 팔면서 학교를 알리는데 노력했다.

그 결과 학부모들의 문의가 하나 둘 오기 시작하더니 전학 오는 발길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전교생에 버금가는 63명이 전학을 온 것이다. 18명은 아예 주소를 변경했다. 지역주민들이나 학교 구성원들에게 가장 기쁜 소식인 셈이다.

   
 
  ▲ 아이들은 철인3종세트를 통해 건강을 지킨다. <김대생 기자>  
 
# ‘철인 3종 세트’로 시작하는 하루

등교시간부터 다른 학교와 사뭇 다르다. 통학버스에서 아이들이 하나둘 내리더니 가방을 교실에 두고 나오거나 운동장 구석에 놓고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동광교나 인화교 등에서 전학 온 아이들로 수업 시작 전에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달라진 이유는 체력증진프로그램인‘철인3종 세트’ 때문이다. 달리기, 줄넘기, 윗몸 일으키기를 아침시간이나 쉬는 시간, 가정에서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면 인증서를 준다. 아이들의 성취감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어느덧 수업이 시작된 1학년 교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원어민 선생님의 발음에 맞춰 “A, B, C”를 따라한다. 원어민 선생님 모습이 신기한지 수업시간 내내 싱글벙글이다.

F-day(외국인이 되는 날)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등교하는 토요일은 교직원, 학생, 학부모 모두가 외국어만 사용한다. 교실마다 은행이나 우체국 등 실생활에 필요한 코너를 만드는 등 재미와 효과를 더하고 있다.

   
 
  ▲ 뇌호흡을 통해 아이들은 맑은 정신과 마음을 키운다. <김대생 기자>  
 
# 우린 뇌 호흡도 해요

“조용히 눈을 감고 평온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세요”

4학년 교실에선 색다른 수업이 진행중이다. 개량한복 차림의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이 눈을 감고 명상에 젖어든다. 간단한 뇌체조와 명상, 느낌을 간단히 정리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뇌 호흡 수업은 자율교과 가운데 하나다.

고경옥 제주국학원 뇌교육 인성강사는 “뇌에 있는 정보를 통해 아이들의 행동이 결정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어떤 것이 좋고 나쁜 것인지를 인식하고, 좋은 정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전엔 생각할 수도 없었던 뇌호흡 수업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변화다. 수업을 마치고 느낌을 발표하던 강연정 어린이는 “몸의 나쁜 기운이 손 끝 발끝으로 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 원어민 교사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외국어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대생 기자>  
 
# 웃음이 넘쳐나는 즐거운 학교

아이들로 북적대는 학교는 활기가 넘친다. 교직원들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실컷 뛰어 놀 수 있도록 차량을 학교 밖에 세우기로 했다. 

인화교에서 전학 온 3학년 김종우 어린이는 “처음에는 학교를 옮겨서 불편했지만 이제는 학교생활이 아주 신난다”며 “많은 아이들 속에서 생활하던 것보다 자연과 더불어 새로운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만족했다.

예년 같으면 10명 내외가 참석하는데 그쳤던 학부모총회도 이제는 50여명이 참석해 북적인다. 학부모들이 학교 일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한다는 증거다.

교사들도 처음으로 시행되는 자율학교인 만큼 마인드를 하나하나 바꿔 가는 등 노력하고 있다. 강경찬 교장은 “아이들의 재능은 학교에서 키워줘야 한다”며 “농어촌 학교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교사들이 한 뜻으로 즐거운 학교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재밌고, 많은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대흘교 아이들은 학교에서 새로움을 경험하고 있다. 학교 다니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에게 내일은 항상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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