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 다툰 후 무차별 총격…33명 사망, 韓 유학생 1명 부상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33명이 숨졌으며 29명의 부상자 중에는 한국 유학생도 한 명 포함돼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버지니아 공대(워싱턴 D.C에서 남서쪽으로 390킬로미터 떨어짐)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난 시각은 16일 오전 7시 15분(현지시각).

▲ 여자 친구와 다툰 뒤 무차별 총격

아시아계인 20대 청년이 권총을 들고 대학 기숙사에 들어갔다. 이 청년은 여자 친구와 심하게 싸우면서 갑자기 총을 꺼내 여자친구를 쏘고 나서 또 다른 여학생 한 명에게 총을 쐈다.

기숙사 건물에서 2명의 여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2시간 뒤인 오전 9시 30분쯤 이 청년은 기숙사 건물에서 800미터 떨어진 공학관 건물(노리스 홀)로 들어갔다.

수업 중이던 학생과 교수에게 무차별로 총을 난사했다.

범인은 이 공학관 건물에서만 학생 30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생 32명과 자살한 범인을 포함해 모두 33명이 숨지고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찰스 스티거 대학 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많은 사상자가 났다"면서 "이 대학의 최악의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1차 기숙사 총격 사건과 2차 공학관 총격 사건은 2시간의 시차를 두고 있다.

스티거 총장과 학교 경찰은 1차 총격 사건이 나자 학생들에게 교실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알렸다고 말했으나 건물을 폐쇄하지도 않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1차 기숙사 총격 사건이 났을 때 경계조치를 잘했더라면 3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따라서 경찰과 대학 당국이 이 2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ABC,CBS,NBC 방송도 이날 저녁뉴스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미 대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의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 유학생 한 명도 포함돼 있다.

토목공학과 박사과정 박창민씨가 손가락과 옆구리를 스치는 총상을 입고 네, 다섯 바늘 꿰맸으나 중상은 아니다.

팔에 총상을 입은 데렉 오델은 "범인은 아시아계 후손으로 180센티미터의 키의 남자로 말을 하지 않고 무차별로 총을 난사했다"고 말했다.

▲최악의 총기 사고에 미국 전역 충격에 휩싸여

버지니아 공대의 비극은 미국 대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 가운데 최악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망자만도 지난 96년 16명이 희생된 텍사스 대학교의 총격사건 보다 두 배나 많은 33명이나 된다.

16일 아침(현지시각) 사망자 33명을 포함해 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버지니아텍)의 총기난사 사건이 백악관과 미 의회는 물론이고 미국을 충격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워싱턴 D.C와 4백 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는 곳이자 미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 공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백악관과 미 의회는 즉각 애도를 표하고 나섰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 공대의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긴급 성명을 발표하며 사건 조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발표한 긴급 성명을 통해 "나는 오늘 32명이 사망한 대학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충격과 슬픔을 받았으며 조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희생자와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 "대학과 학생, 학무보들에게 위로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학교는 안전하고, 범죄가 없는 배움의 전당이 돼야 한다"면서 "이런 끔찍한 범죄가 발생해 미국의 모든 교실과 온 미국사회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충격적인 사건을 전해 듣고 비통해 한다"며 "희생자와 가족, 학생과 교수 등 모든 버지니아 공대 관계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날 오후 하원 전체회의 표결에 앞서 "버지니아 공대에서 날아온 비보에 대해 애통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올리자"고 제안해 미 하원 의사당이 1분 동안 묵념에 들어가기도 했다.

배럭 오바마 미 민주당의 상원의원도 이날 연설에서 "버지니아 공대의 비극에 대해 깊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희생자들에게 묵념을 하자고 말했다.

미국의 모든 방송들은 이날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버지니아 공대의 총기난사 사건을 생중계했다. 이들 방송들은 총기난사 사건 당시 학교에 있었던 학생들을 핸드폰으로 연결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는 외자 유치 차원에서 아시아를 순방 중이나 일본 방문을 중단하고 귀국길에 올랐다고 폭스 방송이 보도했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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